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을까?
  • 전주일보
  • 승인 2020.04.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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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만화방창(萬化方暢), 한 해 가운데 꽃이 가장 흔하고 아름다운 계절인 봄의 절정이다. 전주 천변에 벚꽃이 만발하였는데, 그 멋진 곳에도 사람이 드물다. COVID-19(COrona VIrus Disease)가 우리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45일 오전 현재 우리나라 확진자가 1156, 사망자 177명이다.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1차 때보다 강화한 거리 두기를 419일까지 연장하여 하루 확진자 증가 수를 50명 이내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16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62,400명이라고 한다. 미국의 트럼프는 코로나-19가 감기나 비슷한 질병이라고 우습게보더니 확진자가 30만을 넘어서면서 초기대응 실패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세계 최다 환자 보유국이고 확진자가 증가일로에 있는 부끄러운 나라가 되었다. 성급한 이들은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하여 미국과 유럽이 세계의 주도권을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 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는 전환기

 

미국의 저명한 외교 전문가인 헨리 키신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또 국가의 번영은 국가가 재난을 예측하여 충격을 막고 안정을 복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에 많은 국가가 실패를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세계의 지도자들이 이번 위기를 국가 단위로 접근하지만, 바이러스는 국경을 인식하지 않는다.”며 개별 국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치 경제의 변화는 세대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번영하던 시대가 성곽(城廓)주의로 변화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처럼 세계 각국이 외국인의 입국을 막는 조치로 자국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여러 사람이 이와 비슷한 예상을 내놓았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19는 그 전파 양상이 과거의 질병과는 다르다. 감염이 쉽고 취약계층만 아니라 젊고 건강하던 사람도 삽시간에 악화하여 생명을 잃는다. 어떤 행동이나 매개물, 접촉 방식을 특정하지 않고 침 포말이나 분비물에 의해 전염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한다. 더구나 잠복기가 길어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어서 더욱 어렵다. 그래서 쉽게 종식되지 않고 한 번 완치된 사람에게 생기는 면역력도 확고하지 않아서 재발 사례가 거듭되고 있다.

의학계도 이 사태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질서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는 이전과 다른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정치는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게 되고 경제도 나라의 경계가 강화되어 전처럼 자유로운 거래와 국제 협업이 원활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질병 관리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공동 대처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엔 소나기가 아니라 기후가 변해서 일 년 내내 비가 오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지속 가능한 사회제도를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한 마디로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그는 소나기가 지나면 해가 뜨겠지 라고 생각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앞으로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속할 수밖에 없고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학교 교실을 열지 못하고 운동장에 함성이 사라진 이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모든 수칙을 잘 이행하여 새로운 확진자가 현저히 줄어들면 이 경직된 분위기가 시나브로 풀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온전히 이 사태 발생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나마 철없는 자들이 격리 상태에서 외출하는 일이나, 교회를 비롯한 종교나 이념단체의 이기적 집회가 완전히 없어져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 인류가 자연의 균형과 흐름을 앞으로도 계속 방해한다면 어떤 엄청난 바이러스나 수퍼 박테리아가 나올지 모른다. 자연 현상을 인간의 힘으로 제어하려는 어리석은 생각, 감히 우주의 생성과 변화의 흐름을 인류의 이익을 위해, 또는 일부 집단의 돈벌이를 위해 바꾸어보겠다는 겁 없는 욕심이 오늘의 불행을 가져왔음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자연의 법칙과 흐름을 하나님이니, 조물주니 하는 이름으로 꾸며 불안심리를 조성하여 돈벌이하려는 종교장사도 이젠 자숙할 때가 되었다.

자연은 기도니 말씀이니 하는 애매한 방법으로 이름 지을 수 없는 수백 억년의 변화 가운데 균형이 잡혀 있었고 흐름을 유지해왔다. 그것을 겨우 몇 만 년의 얄팍한 진화를 거친 인간의 문명 따위로 제멋대로 이름 짓고 흔든 죄 값을 지금 우리가 치르는 것이다. 순응하여 함께하고 따르지 않으면 멸망할 수 있다는 1차 경고가 오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언제든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인자들을 옆에 두고 사는 불행한 시대, 이미 인류 멸망의 시계가 돌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자연에 순응하고 파괴한 것을 되돌리는 자세로 삶을 바꾸어야 가까스로 멸망의 시계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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