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흑석골 한지 생산시설 조성에 붙여
전주 흑석골 한지 생산시설 조성에 붙여
  • 전주일보
  • 승인 2020.03.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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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완산구 흑석골에 전통한지 생산시설을 착공해 연내 완공한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일이다. 원래 흑석골은 한지 전문생산단지였다. 생산단지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을 뿐, 허름한 목조건물에 종이를 뜨는 시설과 뜬 종이를 매끈하게 건조해내는 철판이 전부인 공방이 줄이어 있었다.

한옥의 방문에 바르는 문종이와 다양한 두께로 생산되는 장판지와 벽지를 바르기 전에 종이가 잘 붙도록 바르는 피지 등을 생산했다. 그림을 그리는 화선지, 고급 문서를 만드는 데 썼던 태주지 등 고급 한지를 만드는 공방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분명치 않다.

한옥은 최소 1년에 한 번은 문종이를 발라야 했고 방바닥은 장판을 깔아서 몇 해 지나면 새 장판으로 갈아야 했기에 종이 생산의 본거지였던 흑석골은 늘 활기가 넘쳤다. 그러다가 비닐이 등장해 장판지 보다는 비닐장판을 깔게 되고 한옥이 점점 줄면서 흑석골의 종이 공방들도 사라져 갔다. 우리의 우수한 전통산업의 하나가 새로운 문명에 밀려 가까스로 명맥만 유지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전주시가 가공하기에 따라서 다양한 모양과 질긴 종이의 특성을 나타내는 한지공예를 장려하고 한지 패션에도 눈을 돌리면서 한지는 새로운 소재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한지는 아주 얇은 두께에서 1mm 정도까지 그 두께를 달리할 수 있고 재료의 배합에 따라 종이의 질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전주의 역사였고 특산물 생산단지였던 흑석골에 다시 한지생산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퍽 의미 있고 전주의 전통과 특성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환영해 마지않는다. 한지가 마치 구시대의 하찮은 유물정도로 취급되어 별로 쓰이지 않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던 건 퍽 불행한 일이었다.

전주시가 한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일본의 화지로 문서 복원을 해오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복원용지로 전주한지에 주목하여 그 책임자가 전주를 직접 방문한 일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들이 한지를 실제 사용해보고 우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전주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주시가 전통한지 생산시설을 만들어 그 제작과정을 체험하게 하고 전시공간을 만들어 한지를 널리 알리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까지 노력하겠다는 계획은 좋다. 그러나 일본이 그동안 루브르 박물관의 고문서 복원용지로 화지를 공급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그냥 앉아서 한지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들이 우리 닥나무와 한지 제조 방식을 가져다가 화지를 만들던 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종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이미 연구를 시작했을 수도 있다. 전통방식에 우리만의 연구를 가미하여 최고의 종이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옛날처럼 곳곳에서 닥나무를 베어 삶아서 껍데기를 벗기는 광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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