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그 말
  • 전주일보
  • 승인 2020.03.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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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이 옆구리를 쿡 찧고 들어 올 때
갈비뼈가 휘청했다
인화동 골목은 길고 좁았다

꽃아
외롭구나 너

위로를 받는 순간
골목 저 안쪽까지 어둠이 출렁인다

흔들리는 걸음으로 돌아오는 골목
해 진지 한참이다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커
그렇다고 덜어 줄 수도 없는 씹다만 껌 같은 말
그 말
외롭다는

 

ㆍ인화동 골목 : 익산시 인화동 소재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하게 들리는 말이 ‘외롭다’이다. 외롭다는 것이 혼자라서 그런 것이라면 같이 있을 사람을 찾으면 되겠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다. 외로움은 친구들이나 이성과 같이 있다고 해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잠시 잊기는 하겠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것이 외로움이다. 마치 밥을 먹고 나면 잠시 후에 다시 찾아오는 허기와 같은 것이다.

외로움은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이 서있는 자리를 어찌 한다고 해서 없앨 수 없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태생적으로 외롭다. 잘나고 못남과 무관하게 숨 쉬는 동안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외로움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는 죽음에 이를 때만 가능하다. 외로움은 내면세계의 결핍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충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연결해 풀어야 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으로 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외로움은 본질적으로 인간관계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에 비해 충족이 복잡하다. 외롭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외로운 것이 외로움이다. ‘혼자임을 받아들이라.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 말라’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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