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발 미풍을 큰바람으로
​​​​​​​전주발 미풍을 큰바람으로
  • 전주일보
  • 승인 2020.02.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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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움츠러든 영세사업자를 돕기 위해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한 일부 상가건물주가 임대료를 내려 받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뉴스가 작은 나비의 날갯짓으로 퍼져나갔다. 이 소식을 접한 문 대통령이 이를 페이스 북에 올려 치하하더니, 17일에는 경제부처 장관 업무보고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후속조치를 지시했다고 한다.

한옥마을 일부 상가에서 시작된 이 임대료 잠정 인하소식에 전주시가 나서서 주변에 권고하고 설득작업을 이어가면서 점차 이에 호응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일이 대통령의 관심사로 이어져 치하하고 장려하는 가운데 자발적이거나 자의반타의반으로 임대료를 내리는 건물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직 전주시 전역에 확산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일이 시작되었다는 자체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 어려움을 당하여 나만 좋고 편할 수 없다는 상생의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건물에 세든 업체가 문을 닫으면 세입자만 손해가 아니라 집주인도 임대공백 기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임대료 인하를 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건물주들은 대부분 상당한 재산을 가진 지역의 토호이거나 전문 임대업자들이어서 오랜 경험으로 요즘 같은 불경기라 해서 단기간이라도 집세를 내리는 일은 드물다. 그들의 생각 속에 세입자나 가난한 사람들 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나마 이러한 바람이 시작된 건 퍽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날 전주의 전통을 살펴보면 전주사람들은 웬만한 집에서는 밥을 지을 때 식구들 밥 외에 따로 세 그릇을 더해서 남겨두는 세덤이라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배고픈 길손이 밥을 청하면 내어주기 위해 밥을 남겨두는 이타(利他)의 마음을 가진 전주였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남과 어울려야 사는 맛이 난다는 진리를 알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우리 전북의 인심은 가난한 가운데서도 넉넉했다. 최근 공업화 과정에서 각박한 투쟁논리가 만연하면서 남을 딛고 올라서거나 남을 죽이고라도 위에 서는 자를 위대한 인물로 보는 시각이 만연했으나, 우리의 근본은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사는 인보상생에 있었다. 우리 전북인은 항상 바른 판단과 모두가 함께 사는 정신을 견지했다.

이런 고운 마음을 가진 착한 백성들이 살던 전주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임대료를 내려주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액수가 아니고 5~20% 수준이라 하지만, 임대인의 위치에서 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닐 것이다. 건물을 관리하고 세금을 내는 원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시작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온 나라에 확산되어 당장 어려움을 겪는 중소사업자와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잠시 어려움을 견디고 그들이 소생한다면 그 바람은 거대한 태풍의 효과로 커질 수 있다. 지금 한 번 더 남을 돌아보는 마음이 나와 이웃이 모두 사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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