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에 흔들린 세상
코로나바이러스에 흔들린 세상
  • 전주일보
  • 승인 2020.02.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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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이번 주 이야기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일 수밖에 없다. 주간에 가장 많이 쏟아지는 뉴스를 더듬어 보는 월요일 아침이니 다른 뉴스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다.

이번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보면서 얼핏 와 닿은 생각은 나라의 무력이니 돈이니 인구수 따위를 국력이라고 내세우지만 그야말로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거대한 나라 중국, 겉으로만 위대해지려는 중국 정부의 허술함이 잘 드러난 사태였다.

중국은 이번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에 즉시 대처하지 않고 슬금슬금 감추려다가 감당 못 할 만큼 사태가 커지자 비로소 중앙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걸 파악한 우한 현지의 보고에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덮으려다가 일을 키운 것이다. 위대한 중국을 지향하는 시진핑이 달가워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날 메르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 보수 정부가 이를 감추려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이번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자동차업계라고 한다. 전북의 현대자동차 공장도 중국의 우한에 소재한 부품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부품이 없어서 공장이 쉬고 있다. 전국의 현대 · 기아차 공장들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부품이 조달되지 않아 쉬고 있다는 소식이다.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고 접객업소들은 손님이 없어서 개문 휴업상태다. 바이러스 공포에 사람들은 일찍 집에 들어가 씻고 TV나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갈수록 느는 온라인 판매망에 질식해가던 오프라인 판매업은 이번에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매장에 가기 두려워 집에서 온라인 판매망을 이용하여 생필품을 사기 때문이다. 최근에 온라인 판매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뉴스도 있다.

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 · 메르스처럼 동물 사이에 전염하던 질병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하여 사람에 전염하는 바이러스로 변한 것이다. 동물이 서식할 숲과 자연을 인간들이 침입하여 파괴하면서 서식처를 잃은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인간을 매개로 삼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욕심이 계속 자연을 파괴하면 할수록 이런 변종 바이러스도 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런 변종은 끊임없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다.

이번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두고도 이 나라 정치와 언론들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그 명칭조차 세계 보건기구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정하였음에도 보수 정치인과 그들의 언론은 우한 폐렴이라고 고집한다. 중국의 심사를 건드려 국가 사이에 관계를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다. 보수 언론들은 가짜 뉴스를 퍼 나르고 출처를 모르는 괴담을 즐겨 싣는다. 정부의 대응이 허술하다고 폄하에 바쁘다.

미국의 ABC방송은 지난달에 한국을 취재하면서 공항에서부터 체온계와 마스크 등 코로나 예방 킷트를 제공하고 일일이 체크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이 영상이 유투브에서 삽시간에 100만 조회를 돌파하였고 세계인이 한국의 대응에 박수를 보내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어려워진 기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연일 발표되고 국민은 차츰 공포에서 벗어나 안정하는 모습이다.

과거 보수 정권이 메르스를 감추다가 된서리를 맞았던 일과 달리, 정부가 실시간 사태를 발표하고 시민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우한의 교민을 본국에 데려와 치료하고 돌보는 모습은 차라리 감동이다. 우한의 교포를 본국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아산과 진천의 주민들이 한때 반대했지만, 지금은 되레 그들을 위로하고 금품을 보내면서 격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는 뉴스에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그게 바로 인간의 모습이고 동포를 생각하는 정()이 아니겠는가?

우한 교포들이 수용해 있는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 앞에는 고통과 절망 속에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쓰인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이 동포애이고 사람이사는 맛이다. 정부는 아직 우한에 남아있는 동포 200여명과 중국인 배우자와 자녀를 데려올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조국이란 언제나 내편인 나라, 믿음직한 곳이어야 한다.

이런 사태 아래서도 총선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간다. 공천문제를 두고 조용한 민주당과는 달리 한국당은 폭발직전의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보수 통합이니 중도 통합이니 선거 때만 뭔가 퍼포먼스를 벌려 국민의 시선을 끄는 방법이 이번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그럴싸한 명분과 정부의 부실한 부분을 합성하여 색다른 이슈를 만들어내는 정치수법이다.

헌데, 이번엔 이런저런 수법들이 별로 먹힐 것 같지 않다. 4년마다 총선이고 중간에 지방선거를 통해 그들의 수법을 여실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럴싸하게 덧칠하여 정당을 급조하여 선거에서 써먹고 나면 저마다 이익을 좇아 새로운 이합집산으로 변모하는 정당들의 한심한 작태에 국민은 더는 속지 않는다. 변종 바이러스처럼 돌연변이라도 해야 당분간 마땅한 처방이나 항생제가 없으므로 먹힐 수 있다.

묵어터진 바이러스에 어떤 색을 입힌들 국민은 놀라지 않는다. 새로운 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차분하게 대응하는 국민을 모르고 너무 얕잡아보는 정치권이다. 이제라도 차라리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질 자들은 물러서고 양심과 실력있는 인사들이 나서서 새로운 정치를 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세상은 변하는 가운데 발전한다. 바이러스도 변화하여 인간에게 침투하는데, 정치는 20세기 중반을 헤매고 있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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