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관광 거점도시 성공하려면
국가관광 거점도시 성공하려면
  • 전주일보
  • 승인 2020.02.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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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칼럼
이 현 재 /논설위원
이 현 재 /논설위원

전주시정이 모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달 말 국가관광 지역거점 도시로 선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 모색에 행정력을 집주하는 모습이다.

전주시가 축제 분위기에 젖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관광 거점도시가 갖는 정책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에 선정된 도시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국내 대표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도시가 지역주민과 기업, 방문객으로 구성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 의미는 더욱 증폭된다.

지방자치로 인해 우리 사회는 새로운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사이에만 존재하던 경쟁에 도시와 도시가 동참하는 시대로 변했다. 이에 따라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매력이 도시 발전의 핵심 요인으로 등장했다.

이런 터에 지역주민의 삶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관광산업 발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으니 전주시는 지역발전을 위한 작지 않은 모멘트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따라서 국가관광 거점도시 선정을 전주시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먼저 정책의 추진 방향을 올바르게 잡을 필요가 있다. 정책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추진 방향이고, 추진 방향보다 중요한 것이 실행 모델이기 때문이다.

#정책보다 중요한 추진 방향

전주시의 의욕은 방대한 청사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관광 거점도시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수준의 글로벌 관광도시를 조성한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전주시 청사진은 4대 전략으로 수렴되고 있다.

한옥마을 리브랜딩, 전주관광의 외연 확장, 지속가능한 관광시스템 구축, 융합협력형 관광역량 창출 등을 주요 목표로 다양한 세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먼저 한옥마을 리브랜딩의 경우 한옥마을의 문화·관광 환경의 개선과 한옥정원 조성 등 한문화 관광거점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 계획이 눈에 띈다. 국내 최초로 관광트램을 도입하고 한옥마을 100가지 체험, 사계절 글로벌 축제와 공연 등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설계도 제시했다.

전주관광의 외연 확장을 위해 북부권 전통공원과 생태체험, 남부권 예술마을을 연계한 아트투어 구축,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특화 상품 개발, KTX를 연계한 셔틀밴 운영 구상에도 의욕적인 행정이 엿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주시가 그동안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을 전주시 전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추진한 구도심 100만평 아시아문화심장터 프로젝트, 팔복예술공장 재생, 문화도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전주부성 북동편 성곽 복원, 전라감영 복원 등과 연계되는 관광벨트가 다채롭게 형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주시의 청사진은 올바른 문제의식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관광도시로써 유명무실했던 전주는 한옥마을 조성을 계기로 일약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연간 천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한계가 없지 않았다. 한옥마을 방문객 수용 용량이 포화상태에 달해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러나 방문객이 폭주하자 상업화가 극에 달해 한옥마을이 아닌 한옥상가로 변질되면서 매력이 반감돼 지속가능성이 도전을 받고 있다. 한옥마을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관광자원을 발굴하지 못해 파급효과가 극히 제한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전주시의 국가관광 거점도시 육성 청사진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권역별 관광 기반을 조성해 전주관광의 균형을 잡겠다는 의지로 이해된다.

#집중투자로 확실한 랜드마크 조성을

하지만 우려되는 대목도 없지 않다. 과연 전주시의 현재 구상이 국내 대표 관광지,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 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뒷받침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목표에서 명확하게 드러나 있듯이 국가관광 거점도시 선정은 수도권에 집중된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관광산업의 지역균형을 꾀하는 데에 있다.

이는 전주시 관광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관광 관련 통계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전주한옥마을 외국인 관광객은 미미한 상태에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료 입장으로 전환한 경기전 외국인 입장객 수를 보면 201625,127에서 201729,37명으로 반짝 증가한 후 201817,823명으로 급감했다.

내국인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2016107139명에서 20171181,745명으로 약간 증가한 뒤 2018873,564명으로 크게 줄었다.

경기전 뿐만 아니다. 전주한벽문화관과 전주한옥레일바이크, 전주동물원 등 한옥마을 일대 및 연계 유료 관광지점 입장객 감소 폭도 동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체감이 통계 수치에서 그대로 체감되는 대목이다.

한옥마을 관광의 퇴조는 전주관광의 매력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관광 거점도시 선정을 전기로 한옥마을 관광기반을 정비하고 권역별 관광자원을 개발해 전주관광의 세컨드 무빙을 일으켜야 하는 과제가 전주관광산업의 절대 명제로 떠오른 셈이다.

그렇다면 전주시의 구상이 과연 현상을 타파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전망을 떨칠 수 없다.

관광자원 개발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전주시 국가관광 거점도시 육성사업에 투입할 총예산은 국비 500억을 포함해 1,3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런 비용으로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사업을 모두 추진하다 보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이는 전주시의 전략에 하나의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주시는 국가관광 거점도시 선정을 계기로 글로벌 수준의 관광도시 명소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구상을 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랜드마크 육성이 필수적인 선결전제로 떠오른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현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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