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경자년 새해!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 전주일보
  • 승인 2020.01.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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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일/전북농협 본부장
박 성 일/전북농협 본부장

설 명절 가족과 함께 비빔밥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정성껏 데친 나물, 채소, 고기에 달걀노른자가 함께 비벼지면서 한술 가득히 입에 담았다.

어린 시절 함께 나누었던 그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로컬푸드에서 직접 구입한 나물, 고기와 달걀, 정성스럽게 담았던 고추장을 사용한 것이라 더욱 깊은 맛이 우러 났다.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며 농사지은 것들이니 그 정성이 오죽하였으리라.

농업의 시작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이기도 한 농업이지만 결코 만만한 산업이 아니다.

가족을 향한 사랑과 정성만으로 지켜낼 수 없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농업을 위해서는 그 대상인 가족과 이웃이 함께 농업을 지켜내기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농업은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더욱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다른 산업과 달리 자연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적정한 생산예측이 어렵고 이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조금만 변동이 생겨도 농산물의 가격이 크게 변하게 된다.

가령 10%가 증산되면 가격은 10%만큼 떨어지는 게 아니고 20%30%가 떨어지기도 하고 유통의 불안으로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가격은 불안정해지고 농가소득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농업은 해마다 풍흉(豐凶)을 경험한다. 풍년의 경우 가격이 내려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농가자력으로 판로를 개척해 보려 하지만 저장여력이 부족해 쉽지 않다. 흉년이 오면 가격이 오르고 농산물의 품질이 떨어지면서 물가안정 측면에서 해당 품목의 수입물량을 늘리는 상황을 만들게 되어 시장에서의 입지가 떨어진다.

일정하지 않은 가격과 풍흉으로 인한 품질의 수준을 일정하기 위해서 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시설비가 높아 섣부른 투자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농가의 소득은 정체되고 가격등락이 반복되어 농업을 선택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는 농업을 포기하는 인구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농가의 빈곤화가 농업경쟁력 약화, 농촌의 자생력 약화, 지역사회의 인구유출 등으로 악순환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라북도에서는 2016년부터 대표사업으로 기준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액 90% 이내에서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연간 100억원 한도 내에서 최저가격 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양파, 마늘 등 8개 품목을 농협의 통합마케팅에 계통출하 하는 1,900여 농가의 가격 걱정을 덜어 주었다.

또한 주요 4개 품목에 대해서 차액분 42억원을 농가에 지원한다. 2020년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정부에서 해당 품목에 대해 시장격리 발동 시 시장격리 참여 여부를 물어 농식품부 보전단가의 90%를 지원하는 시장 격리제를 통합 운영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주산지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고, 소규모 농가가 농사를 포기한 경우 보전사례가 없었다. 앞으로는 농가소득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농협에서도 전라북도의 행정과 보조를 맞추어 통합마케팅 지원사업을 통해 농가수취가격 제고에 사활을 걸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복잡한 유통경로를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지역 내 물량을 결집하는 통합마케팅 전문조직을 육성하여 산지를 공동대응 하면서 출하를 조절하고 있다.

그 결과 통합 마케팅 지원사업 실시 전과 대비하여 주요 품목에서 경매낙찰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일 예로 복숭아의 경우 통합마케팅으로 경매낙찰가격이 638/1kg, 방울토마토의 경우 125/kg을 높일 수 있었다.

2020년에는 매출액 4,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품목별로는 매출액 100억원 이상 품목을 대상으로 감자, 고구마 등 12 품목을 집중해서 육성할 예정이다.

농업은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생명의 창고이다. 농업인은 농업의 수호자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농업인들의 농가소득은 안정화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가꿀 수 있을 때 그 혜택이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경자년(庚子年) 새해 우리 농산물이 갖는 소중함을 되새기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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