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별
겨울밤 별
  • 전주일보
  • 승인 2020.01.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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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밤하늘이 쏟아져 내려
캄캄하게 얼었다
얼음 위에 박힌 별들이 수정처럼 빛난다
길을 가다가
눈은 내리지 않고
호수가 쩡쩡 소리 내어 울 때
겨울밤 별들은 내 가슴속에 떠 있었다

사는 일은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가는 일이냐고
묻는 그대에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위선이었다
가난의 끝은
걸어왔던 길보다 더 먼
길 위에 있다고
가끔은 그대에게 안부를 전한다
밤새도록 휘파람을 부는
겨울밤
별들은 내 가슴속에서 더욱 가난하다

/옥정호玉井湖 :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리 ~ 마암리에 위치

요즘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해가 서산으로 꼴깍 지는 순간 기온이 영하를 수직 강하한다. 한때는 난방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으로 냉기 서린 방에서 손을 비비며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오랜만에 창밖을 내다보니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얀 눈이 흩날린다. 눈이 내리면 아이들이 좋아하고 강아지들이 좋아한다. 철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잖은가? 어른들의 마음은 눈이 많이 내리면 도심엔 교통대란이 일어나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겨울은 하얀 눈이 와야 훈훈하고 멋이 있다. 선인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야 여름철 극심한 가뭄이 없다고 했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겨울은 모든 게 죽는 계절이 아니다. 되살리기 위해서 따뜻하게 묻어두고 그 생명을 잘 기르기 위해 감추는 시기다. 겨울이 좋다. 눈이 내려서 좋고 밤하늘에서 차게 빛나는 별을 볼 수 있어 좋고 아랫목의 온기를 생각해서 좋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봄을 기다릴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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