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사는 주부 정모(55·여)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장보기가 두렵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기 위해 사과와 배 등 필요한 몇까지 품목만 사려해도 비용이 10만원은 기본으로 넘기 때문이다.
정씨는 “최대한 간소하게 차린다고 해도 차례상 비용이 만만찮다”면서 “앞으로는 더 오를 텐데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설 명절 고민은 직장인 조모(33)씨도 마찬가지다.
몇 년째 그대로인 월급 때문에 퇴사고민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을 맞아 용돈, 기름값 등 늘어나는 지출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조씨는 “월급이 빠듯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전까지는 지금 모은 돈으로 버텨야 되는데 부모님 용돈이나 시골 내려가는 기름 값도 부담스럽다”고 한숨을 털어놨다.
명절을 앞두고 최근 물가 인상 소식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16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가 발표한 ‘2020 설 명절 물가 조사’에 따르면 올 설 차례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6만 4,580원으로 지난해보다 0.6% 상승했다.
장소별로는 가장 저렴한 전통시장이 0%(22만2천423원→22만2천519원), 중·소형마트 0.4%(27만1천188원→27만2천314원), 대형마트 1.2%(26만7천46원→27만127원) 올랐다.
반면 백화점은 유일하게 3.1%(29만3천841원→28만4천714원) 감소했지만 다른 곳에 비해 차례상 비용이 높았다.
품목별로는 밤, 대추, 무, 배추, 시금치, 참조기 등 18가지 품목이 전년대비 가격이 올랐고, 단감, 곶감, 쌀, 배, 사과 등 14가지 품목은 가격이 내렸다.
특히 무(1개 1.5㎏)나 배추(1개 2.5㎏)의 경우 지난해보다 각각 108.8%(1천362원→2천844원), 42.7%(2천587원→3천692원) 치솟았다.
소비자센터 관계자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물가상승과 가계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2020년 설맞이 장보기를 하는 소비자의 마음도 무겁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합리적인 차례상 준비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설 1,350원과 1,250원 대를 유지하던 전북지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현재 각각 1550원, 1390원대로 치솟았다. /조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