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의 겨울
화암사의 겨울
  • 전주일보
  • 승인 2020.01.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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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가 아는 것은 두 발이 시리다는 것
목을 움츠리고 생각해 낸 것은
겨우 두 손을 비비는 것

한심한 인간을 위해서
하늘은
함박눈을 펑펑 쏟아 붇고 있었다

화암사 앞마당에 겨울이 하얗게 부서져 가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짠한
휘파람 소리

/화암사花巖寺   :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소재

뭐니 뭐니 해도 화암사 겨울의 백미는 대웅전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다. 고즈넉하면서도 청아한 풍경소리는 잠들어가는 겨울을 깨운다. ‘댕그랑 댕그랑’ 울음을 가슴에 담으면 이름 모를 산새와 청솔가지를 덮은 눈이 심안心眼으로 다가온다. 화암사의 겨울은 산 짐승들에게도 시련의 계절이다. 눈이 온통 산을 덮으면 먹이를 찾아 멧돼지와 고라니 심지어 살쾡이까지 화암사 주위를 맴돈다. 그러나 한겨울은 수행자가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텃밭을 가꾸거나 잡초를 멜 일도 없고 모기와 싸울 일도 없어 동안거에 들어가 오로지 수행에만 집념할 수 있다. 눈이 내리고 있는 화암사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여름 무성하던 나뭇잎을 다 떨구고 나신이 되어 바람에 부데끼는 나무들은 겨울 바람과 함께 찾아온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눈 속에 묻혀 있는 화암사 역시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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