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서 살아남기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서 살아남기
  • 전주일보
  • 승인 2019.12.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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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두렵다. 누구나 인생에서 트라우마가 있다. 삶이 곧 트라우마와 싸워 나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잔상은 반복된다. 언제나 나는 불편함 속에 있다고 느낀다. 모든 것이 불편함을 이겨내는 과정들이다”

  영화 ‘서치(2018년)’의 존 조가 한국 방문당시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는 이민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소방관은 잘 훈련된 집단이지만 사고현장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현장위험도 높아 최근 5년간 매년 502명의 소방관이 죽거나 다쳤다. 

  계속되는 긴장감과 불규칙한 근무패턴, 정리되지 않은 참혹한 사고현장은 소방관 직업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심리ㆍ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느끼는 불안과 위협의 감정이다. 위기ㆍ공포의 상황을 다시 겪게 되면 과거 경험했던 불안정한 감정을 느끼면서 트라우마(trauma)로 발현한다.

  트라우마는 시각이미지를 동반하면 장기 기억될 수 있다. 장기 기억된 정보는 다시 재생되고 반응으로 나타난다. 뚜렷이 각인된 정신의 상처는 외상 흉터처럼 아물지 않고 잔상으로 남아 일상의 감정을 지배한다.

  트라우마가 지속되면 불안장애, 조울증, 불면증, 과각성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증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의학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진단받는다.

  PTSD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충격을 통해 생성되며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신경분야의 문제이다. 급성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코르티솔(스트레스호르몬)의 과다분비는 신체의 이상증상과 뇌의 구조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원인 분석됐다.

  2019년도 소방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방관 5만755명중 5.6%(2704명)가 ‘PTSD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자살 위험군은 4.9%(2453명), 우울증 위험군은 4.6%(2203명)였다. 지난 1년간 자해행동을 시도한 소방관은 3.1%(1556명)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8.4명의 소방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라우마와 PTSD는 삶의 질과 연관되며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다수의 인식이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충분한 관심과 도움을 주고 상담과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면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마인드풀니스(마음챙김)훈련과 TMS(경두개자기자극법), EMDR(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요업) 등 물리치료 방법도 권장되고 있다.

  소방청에서도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등 적극 지원에 나섰다. 향후 국가직 전환에 따른 소방복합치유센터의  활용도 기대된다. 그러나 우선하는 것은 재난대응과정에서 심리손상을 입은 소방관에 대한 직업적 공감과 치료에 대한 지속적 배려이다.

/ 정읍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위 이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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