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미래희망‘소방복합치유센터’
소방관의 미래희망‘소방복합치유센터’
  • 전주일보
  • 승인 2019.12.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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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은 직업적으로 각종 참혹한 사건사고를 많이 겪는다. 재직 37년 동안 수많은 사고수습에 참여했다. 사고수습 후에는 한동안 열병처럼 ‘감정의 전이’에 시달려야 했다.

  소방은 지난 한해에만 391만 2천 건의 화재·구조·구급 출동을 했다. 불가피하게 현장경험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19년도 소방청통계연보에 따르면 소방관은 한해 평균 5명이 죽고 408명이 다친다. 지난 10월에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중앙119구조본부 헬기가 추락해 5명의 소방공무원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평시 구급활동 중에도 주취자로부터 시달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69세로 공무원 직군 가운데 가장 짧다. 전체소방공무원 5만여 명중 3만여 명이 올해 특수건강진단결과 심신건강에 이상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이 서울대병원과 온라인으로 공동실시한 ‘2019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상태 설문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국 소방관 5만755명중 5.6%(2704명)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자살 위험군은 4.9%(2453명), 우울증 위험군은 4.6%(2203명)였다. 지난 1년간 자해행동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힌 소방관은 3.1%(1556명)에 달했다.   외상사건 노출경험은 연간 평균 7.3회, 재난대응과정에서 심리적 손상을 입은 경우는 20.3%(9832명)로 나타났다.

  이런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것은 맘 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현장활동중 생긴 중증화상이나 복합외상, 극한사건 노출로 인한 마음의 병은 시간을 두고 전문적으로 치유 받아야 한다.

  이제 희망이 생겼다. 소방복합치유센터 내용을 담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소방복합치유센터 기본설계비로 22억5천만원이 2020년 예산에 반영돼 병원건립이 첫발을 내딛었다.

  '소방복합치유센터'는 소방공무원이 재난현장에서 신체적, 정신적 위험에 노출돼 입은 부상과 스트레스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연구하는 전문병원이다. PTSD?근골격계·화상?건강증진센터 등 4개 센터 21개 진료과목, 300병상 규모로 음성혁신도시에 세워지며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방은 2020년 4월1일 국가직으로 출발한다. 여기에 맞추어 재난출동 광역화, 지역편차 없는 장비·인력, 균등복지 실현 등 새로운 소방안전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방전문병원 설립이 경찰병원보다 70년 늦었지만 5개년(2017년~2022년)동안 2만명 충원되고 있는 젊은 소방관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약속이다.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는 소방관의 직업윤리이다. 위험회피 본능을 극복하고 사명감으로 생사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을 위해 보다 안전한 근무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정읍소방서장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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