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소년
나무와 소년
  • 전주일보
  • 승인 2019.12.22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일 나무를 바라보던 소년은 과일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탈 없이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다
미끄러져 내렸다
크게 놀랐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또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나무를 흔들었다
소년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며 붙어 있었다
그러는 동안 겨울이 오고 하얀 눈이 내렸다
뒤늦게 소년은 알았다
나무가 너무 높다는 것을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봄부터 잎잎이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세상의 단맛은 호락호락하게 목구멍을 적셔주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테는 나무의 줄기를 옆으로 자르면 잘린 곳에 나타나는 원모양이 겹쳐진 여러 개의 테다. 나무는 해마다 자라면서 나이테를 하나씩 만들어 간다. 그러므로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일수록 나이테의 수가 많다. 나무는 봄에서부터 여름에 걸쳐서는 빨리 자란다. 그 다음부터는 자라는 속도가 더뎌진다. 나이테의 색깔이 희미하고 폭이 넓으며 부드러운 곳은 봄부터 여름에 걸쳐 자란 부분이다. 색깔이 짙고 폭이 좁으며 단단한 부분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자란 부분이다. 나무만 나이테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도 나이테가 있다. 외모를 봐서는 잘 모르지만 저마다 아픈 상처가 있고, 그 아픈 상처가 그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여 삶의 나이테로 나타난다. 이것들은 한 여름 뙤약볕 아래 있을 때도 있고, 비바람과 찬 서리에 맞서기도 하며, 눈보라를 견디어 낸 것도 있다. 기쁘고 좋을 때도 있고, 슬프고 힘들 때도 있다. 수많은 일들을 견디어 내면서 외적으로도 성장하고 내적으로 성숙한다. 그러면서 세월의 나이테가 겹겹이 쌓여간다. 나무가 자라고 나이테가 생기듯이 소년은 자라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른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