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사랑의 온도탑에 불을 밝히자
연말연시 사랑의 온도탑에 불을 밝히자
  • 전주일보
  • 승인 2019.12.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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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보름 앞둔 연말이다. 지난 7일에는 전주 오거리 문화광장에서 구세군의 2019년 자선냄비 시종식이 펼쳐졌다. 구세군은 이날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거리에서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전개한다. 구세군은 해마다 모금활동을 통하여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여 성탄절의 의미를 확산하고 나눔의 인정을 이어가게 한다.

거리를 걷다가 구세군의 모금 종소리가 딸랑딸랑울리면 다시 한해가 저물었다는 걸 실감하고 공연히 걸음이 바빠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듣고 걸음을 빨리하는 건, 어쩐지 모르게 그 종소리가 추운 계절이 왔다는 걸 암시하여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얼른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을 본 일이 있다.

그러나 자선냄비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종소리를 듣고 천천히 걸으면서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냄비에 넣고 즐거운 표정으로 느긋하게 걷는 사람도 상당 수 있음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하면 갑자기 바쁜 걸음을 하는 사람들은 자선냄비에 돈을 넣기 싫거나 그럴 형편이 못되어 얼른 그 자리를 회피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남을 위해 내 것을 내놓은 일은 넉넉한 부자가 하는 게 아니라, 빠듯하게 살면서도 나보다 못한 이들을 위해 내가 쓸 것을 줄이는 사람들이 한다. 기업이 자선기금을 내는 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영수증을 받을 수 있는 모금에만 돈을 낸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구세군 냄비에 1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넣는 이들은 거의 어려운 시절을 겪어본 이들이거나, 세상을 살면서 많은 것을 지녀보아도, 죽을 때는 1원짜리 동전 한 개도 갖고 갈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만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남들하고 나누어 쓰는 일이 얼마나 뜻있는 일인지 아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지난 1120일부터 전국에서 사랑의 온도탑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이 모금은 내년 1월말까지 73일 동안 4,2569,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활동을 펼친다. 지난 8일 현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11.4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내 작은 마음이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동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우리 전주는 19년째 수천만 원을 노송동 동사무소 근처에 놓고 공중전화로 알려오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이어져 오고 있다. 동전까지 모두 세어보지도 않은 상당액수의 돈 다발을 상자에 담아 보내는 걸로 보아, 한해 내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모아 송두리째 내놓는 것이라는 짐작을 한다.

내 재산을 불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청문회의 공직후보자들을 보며 세상이 아직 큰 탈 없이 굴러가는 건 바로 얼굴 없는 천사같은 이들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우리 모두 적은 금액이라도 사랑의 온도탑을 밝히는 데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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