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V7’, 전북의 ‘퍼스트 무버’다
전북현대 ‘V7’, 전북의 ‘퍼스트 무버’다
  • 전주일보
  • 승인 2019.12.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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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 재 /논설위원
이 현 재 /논설위원

최강희 감독에서 모리아스 감독 체제로 전환한 전북현대모터스 FC가 또 한 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어느덧 ‘V7’. 이젠 우승 트로피는 새삼스럽지 않다. 독보적인 ‘1체제를 굳혔고 매 시즌이 우승 후보다.

기록상 10년 이상 거의 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정규리그 처녀 우승을 일군 후 올해까지 11시즌 동안 7번 정상에 올랐다. 이 동안 준우승과 3위를 각각 두 번씩 기록했으니 11시즌 연속 우승 아니면 4강이다.

올해 우승은 2017, 2018시즌을 잇는 3연패. 2016시즌 심판로비 의혹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하지 않았으면 2014시즌부터 내리 6연패라는 불멸의 기록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전북현대의 성가는 국내를 넘어선지 오래다. 아시아 상위 14개 리그의 우승 클럽과 컵대회 우승 클럽이 참가하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2006년과 2016년 우승컵을 들어 올려 아시아의 대표적인 축구클럽으로 부상했다.

전북현대의 ‘V7’을 접하면서 험난했던 전북의 프로축구사를 반추하며 감회에 젖어본다.

 

감회와 감격의 전북프로축구

 

전북 프로축구의 초창기 역사는 잿빛 추억이다.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 아픈 기억으로 남는 것은 1994년 시즌 종료 후의 납회식 모습이다.

1991년 첫 창단 계획 발표 후 천신만고 끝에 전북버팔로라는 이름으로 참가했지만 리그가 종료되기도 전에 구단이 해체돼 프로축구연맹 대행으로 겨우 시즌을 완주한 후 가진 행사였다. 전주종합경기장 한 편의 비좁은 전북축구협회 사무실에 수십 명의 선수단이 음료수 하나씩 앞에 두고 우리 다시 만나자며 기약 없는 미래를 다짐했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선수 중 한명이 당시 신혼이었던 이경춘 전 우석대 감독이다. 훗날 국가대표로 성장했지만 당시엔 무명이었던 그가 입단하며 김기복 감독에게 아기 분유 값만 벌게 해주십시오라고 생계를 호소했던 간절한 목소리는 지금도 귀에 맴돈다.

과거의 암담했던 역사는 오늘날 전북현대의 경이적인 성공으로 씻은 듯 사라졌다.

냉소와 외면 속에 사라질 뻔했던 전북의 프로축구 구단이 극적으로 회생한 것은 2002월드컵 유치 운동과 현대그룹의 지원 덕택이었다. 월드컵 유치를 위해선 호남연고 구단의 존속이 필수적이라는 현실 속에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이 전북 다이노스창단을 후원한 뒤 현대차가 지분을 인수해 지금의 직영 구단에 이르게 됐다.

이후 2005년 시즌 후 최강희 감독을 영입하고 2010년 리그우승을 목표로 한 ‘2010프로젝트를 추진해 지금의 ‘1토대를 마련했다.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프로축구단에 기울이는 투자는 그야말로 전폭적이다. 전북현대와 타 구단의 차별화는 선수단 연봉 규모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프로축구 구단 별 선수단 연봉 규모를 보면 전북현대는 거의 두 배에 가깝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전북현대는 2018년 시즌 K리그 기본급과 수당으로 1774,694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울산현대의 936,036만원을 압도하는 것으로 연봉 규모 3위인 서울 815,909만원에 비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개인별 연봉을 보면 국내 선수 탑5, 외국인 선수 탑3를 모두 전북현대 선수가 차지할 정도로 타 추종을 불허한다. 선수 1인당 평균 연봉 또한 52,197만원으로 2위 울산의 26,755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이렇게 팀을 꾸리다 보니 홈팬들의 호응도 폭발적이다. 전북의 열악한 지역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기당 평균 유료 관중 수가 1만 명을 넘은 가운데 FC서울·수원삼성에 이어 3위로 집계됐다. 전북현대는 명실상부 K리그를 대표하는 국내 최고의 빅클럽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현대가 일으키는 긍정의 힘

 

전북현대는 이제 전북도민에게 비교할 수 없는 긍정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 프로축구는 세계를 막론하고 시민의 삶 자체로 자리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연고 구단의 경기에 열광하고, 세계인들은 명문구단의 팬덤을 형성해 국경을 넘나들며 직관에 나서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구단마다 수많은 팬들이 원정경기 때면 지역을 오가며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전북의 지역 브랜드와 이미지도 전북현대와 함께 대외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중동 지역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북현대와 함께 연고지인 전북과 전주의 지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축구의 경제적 효과, ‘스포노믹스차원에서도 전북현대는 전북의 소중한 자산으로써 가치를 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스포츠 용품·시설·서비스 분야의 매출액은 무려 74조원, 사업체수는 101,207, 종사자수는 42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심에 프로야구와 함께 K리그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전북현대의 ‘V7’은 천문학적인 스포노믹스는 전북사회에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바로 퍼스트 무버로써의 가치이다. 전북의 현실을 보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침체에 빠져 있다. 도민들 역시 무력감 속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축구에서 전북현대가 거둔 성취는 전북도민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북현대 구단은 ‘V7’과 함께 다시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20시즌 K리그·FA·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의 트리플을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전북현대의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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