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이 바뀐 유통, 바뀌는 무역
판이 바뀐 유통, 바뀌는 무역
  • 전주일보
  • 승인 2019.11.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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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11월 11일 연중 최대 온라인 세일인 광군제(光棍節 독신자의 날) 판매 행사에서 24시간 동안 2,684억 위안(약 44조 6,242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였다. 이는 작년 동일 대비 25% 늘어난 사상 최대 매출이다. 알리바바는 5억명 넘는 중국 내외 고객이 참여해서 T몰, 타오바오 등을 통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200여 개국의 제품 2만2,000여 개가 절찬리에 판매되었다. 한국은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행사보다 73%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동종업계 2위인 징둥(京東) 집단도 이날 2,044억 위안(33조9,835억원)의 사상최고 거래를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이날 거래액은 우리나라 유통 기업인 이마트와 비교하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이날 알리바바 하루 매출은 이마트의 2018년 연간 매출 (17조 490억원)의 2.6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물론 14억 3,000만명의 중국 인구와 국내 5,000만 인구를 고려한다고 해도 온라인을 통한 거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위와 대조적으로 최근 이마트는 2019년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지만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만으로 우리 경제에 큰 이슈가 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한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줄어든 데다 온라인 유통업체에 밀리면서 판매 수익이 급감했고, 온라인 유통업체가 신선식품으로 경쟁 분야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대표 기업인 쿠팡은 2015년 연간 매출이 1조 1,338억이었는데 2018년에는 4조 4,227억원으로 거의 4배나 급성장했다.  이들 기업의 사례를 볼 때 이제 유통의 대세는 온라인으로 넘어갔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무역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인 수출입 거래가 전자상거래 수출입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가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전자상거래 수출입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해외직구는 2018년  3,225만건으로 총금액은 27억5,000만달러였다. 2017년과 비교해 건수 기준으로 37%, 금액 기준으로 31%나 늘어난 것이다. 해외직구 편의성이 온라인 쇼핑 수준으로 개선되고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계층의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해외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면서 해외 직접구매를 부담없이 선택하는 것이다. 반대로 2018년 해외 소비자가 한국의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역직구(전자상거래 수출) 건수는 961만건, 총금액은 32억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각각 36%, 25% 증가했다. 2018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증가율이 5%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전자상거래 수출은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해외 역직구 수출국 수는 229개로 전년(222개)보다 7개국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화장품 건수가 전체의 6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의류 수출 건수는 전년보다 162%나 늘면서 화장품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해외 역직구 증가세에는 한류 열풍, 유통단계 축소, 오프라인 매장과 결합한 해외 마케팅 등이 영향을 미쳤다지만 역시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무역에서도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은 2018년 초 전자상거래 컨퍼런스 연설에서 미래의 무역은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라고 예견했다. 지금처럼 컨테이너에 대량으로 화물을 싣고 무역회사끼리 수출입을 하는 게 아니라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 형태, 즉‘작은 짐을 빠르게 운송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1년에 우편으로 보내는 소포수량이 1억 개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의 중국은 1년에 300억 개가 넘는다. 하루 평균 1억 개인 셈이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8~10년이 지나면 중국은 하루에만 10억 개의 소포가 발생할 것이며 그 중 15% 이상이 해외 소포가 될 것”이라면서 “미래의 무역은 철저히 바뀔 것이며, 글로벌 매매·운송·결제·여행이 미래 글로벌 무역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컨테이너가 소포로 변하고 ‘중국제조’가 ‘인터넷제조’로 변하며 B2C(Business to Customer, 기업에서 소비자로)가 C2B(Customer to Business, 소비자에서 기업으로)로 변할 것”이라며 “글로벌 구매, 글로벌 판매, 글로벌 지불, 글로벌 우편은 미래 무역의 두드러진 특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제 전자상거래 개념인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개념이 등장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한국무역협회에서는 1997년에 이미 글로벌 B2B e-Market Place인 ec21.com을 만들어 미래 무역에 대비해 왔으며 ec21 분사 이후 지금은  글로벌 e-Marketplace인 tradekorea.com과 해외판매 전용 온라인 쇼핑몰(해외역직구)인 kmall24.com을 운영중이다. 전북지역 무역업체들이 규모가 적고 전문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에 관심이 적은 기업이 많고 활용하는 기업은 너무나 적다. 마윈은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한 것 보다 더 두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서 말한 이마트의 영업이익 적자가 어느 정도 예견되었지만 벌써 다가온 것처럼 우리의 생각보다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시대는 매우 빨리 다가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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