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밭 윗머리에서 부르는 장한가(長恨歌)
녹두밭 윗머리에서 부르는 장한가(長恨歌)
  • 전주일보
  • 승인 2019.11.2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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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세상 모든 일이 공평하다고 믿은 적은 없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그냥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 어찌 된 셈인지 우리 전북에서 하려는 일은 제대로 풀리는 적이 없다. 그동안 개발독재 시절에 소외당한 일은 젖혀두고, 김대중 정부 시절이나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등 우리가 열렬히 지지한 정권하에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없다.

말로는 뭐라도 다 해줄 것처럼 하지만, 실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겉만 번지르르한 빈껍데기였다. 거론되는 사업마다 투자 우선순위에 밀려서 외할머니 빈 콩 젖 물리듯 이름뿐인 예산이 배정되었다. 착공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 새만금 사업이 잘 보여주듯 아직도 바닷물만 출렁거리는 곳에 우리는 아직도 허망한 꿈을 널어두고 있다.

당나라 현종이 죽은 양귀비를 그리워하며 장한가를 부르듯 전북은 죽어라 중앙정부에 매달리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울 뿐, 실체가 없는 것들이다. 현종이 죽어서나 양귀비를 만나듯 우리 전북은 언제까지 실현 불가능한 꿈만 꾸고 사는 꼴이 됐다. 3금융중심지, 탄소 중심지도 우리끼리만 부르는 장한가로 남아서는 안 된다.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 법률안 심사 소위원회가 열려 전북인들이 갈망하던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탄소법 개정안)’16개월 만에 법안심사에서 논의됐지만,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다.

이날 법사위 제2 소위원회의는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탄소법 개정안을 다뤘는데, 한국당이 반대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북 출신인 기재부 양충모 경제예산 심의관과 민주당 송기헌 간사가 다른 법과 저촉 여부를 거론하며 재검토의견을 내놔 다시 계류되었다고 한다.

당초 반대 의견 표출이 예상됐던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에 손을 들어준 반면, 믿었던 정부와 여당에 발목이 잡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 됐다. 전북 출신이라는 양충모 기재부 경제예산 심의관이 전북의 먹거리라고 기대하는 탄소법 개정안에 이견을 낸 일의 속사정을 자세히 알 길은 없지만, 이 일에서는 어딘지 불결한 냄새가 난다.

이미 문 대통령이 약속했고 전북인들이 열망하는 탄소산업의 중심으로 전북이 도드라질 수 있는 길이 이번 탄소법 개정안에 있음을 양 심의관이나 민주당 송기헌 법사위 간사가 모르지 않을 터인데도 사소한 이유를 들어 한국당조차 반대하지 않는 법안을 주저앉힌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탄소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뭔가 정치적인 이유가 개입한 게 아닌가는 의심이 들었다. 만일 탄소법 개정안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하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탄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제대로 추진되기 시작한다면 발의한 정운천 의원은 예결위에서 활약과 더불어 자신 있게 성과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전북 출신 양 심의관이 법안에 문제를 제기하여 주저앉힌 데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의문이 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심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일 1/10이라도 그러한 개입이 있었다면 퍽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에 추풍낙엽으로 나가떨어진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그 이유를 생각한다면 이번 탄소법 개정안은 부실하다면 손바느질이라도 해서 소위원회에서 통과했어야 한다. 국회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 전북을 위해 한 일이 없는 민주당을 응징한 지난 총선이었음을 안다면 이번 일은 퍽 잘못 처리된 것임을 짐작할 것이다.

한 사람을 견제하려다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게 선거다. 작은 개미구멍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계류시킨 법안을 손질해야 한다면 바늘로 꿰매서라도 수정하여 통과시켜야 한다. 전북인이 희망으로 삼은 사업을 막아놓고 누구더러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비가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 푸석한 땅, 그래서 녹두(綠豆)나 심을 땅을 녹두밭 윗머리라고 한다. 우리 전북은 지난날 경상도 남자들이 머슴살이 와서 드넓은 김만경 땅을 보며 저 넓은 땅에서 어떻게 내 논을 찾느냐?”고 놀랐던 나라의 식량 창고였다. 그런 복지(福地)가 어쩌다가 간교한 친일파 장교 박정희의 반란으로 상전벽해가 되어 서러운 땅이 되었지만, 역사는 돌고 도는 것. 전북은 오래지 않아 다시 일어서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녹두밭 윗머리가 문전옥답으로 변하여 격양가를 부르는 날이 와야 한다.

미세먼지만 가득하고 시군들은 인구절벽으로 사라져 고향을 잃는 이들이 속출하는 전북이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민주당이라면 내년 4월에 다시 한 번 벼락을 맞아도 싸다. 전북이 그만큼 밀어주었으면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아픈 손가락이라던 군산에는 결재를 보장할 수 없는 어음쪼가리나 던져주고 정작 먹고살 탄소중심지 조성은 슬그머니 눌러 발목을 잡아버리고서 누구더러 표를 달라하는가?

맨날 립서비스만 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도로 아미타불로 이어지는 지긋지긋한 부도 어음에 전북인은 넌더리가 났다. 이젠 손에 잡히는 실체가 아니면 믿을 수 없는 게 우리 전북인이다. 우선 탄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완전하게 통과시키고 우리가 믿을 만한 수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 지긋지긋한 장한가도 그만 부르는 날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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