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소미아 그리고 주둔비 
미국, 지소미아 그리고 주둔비 
  • 전주일보
  • 승인 2019.11.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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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보수 야당과 태극기 부대의 거리집회에는 반드시 성조기가 등장한다. 그것도 태극기보다 몇 배나 큰 대형 성조기를 들고 나와 흔든다. 그들은 왜 혼자 들기에 벅찰 듯한 대형 성조기를 흔들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우리 국기인 태극기는 국가의 상징으로 들고 나온 게 아니라 패거리를 상징하는 정도의 깃발로 인식하는 듯하다.

태극기를 휘말아 폭력 도구로 쓰기도 하고 마구 던지고 짓밟기도 한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과연 우리 국민인지 의심스럽다. 반면 성조기는 항상 받들어 모시는 깃발이다. 조선 시대에 사대모화事大慕華에 목숨을 걸었던 자들의 후손이지 싶은 그들에게 미국은 경외의 대상을 넘어 조국祖國 이상의 의지처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미국이 이번에 우리에게 연간 50억 달러(6조 원)의 주한 미군 주둔비를 내라고 요구한다는 뉴스다. 주한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하며 쓰는 모든 비용, 심지어 화장실 비용조차 계산하고 거기에 더하여 미군에게 지급하는 급여와 괌 등지에서 운용하는 전략 폭격기 비용까지 우리에게 물리겠다고 한다.

그들은 주둔비를 우리나라를 지켜준다는 의미로 방위비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는 그들에게 지켜달라고 한 적도 없고 실제 지켜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한국에 주둔해 있으니 중국이나 북한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억지력이 조금 있을 뿐이다. 미군이 없다 해서 금세 침략해 들어오거나 할 만큼 우리 전력이 약하지도 않다. 사실 미군 주둔비를 우리가 받아야 한다. 여태 비싼 용산 땅과 전국 각지의 기지를 점령하여 사용하면서 비용을 낸 적이 없다. 이참에 우리도 그간의 주둔 비용을 청구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때 용산에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하여 작년까지 72년간 군림하다 평택으로 기지를 옮기는 경비도 우리가 부담했다. 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요구하는 건 조폭이 동네 가게에 억지로 머물면서 매출액을 몽땅 뺏어가겠다는 말과 같다. 지켜줄 거 없이 그냥 떠나라 해도 가지 않을 그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소련을 전쟁에 끌어들여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군정을 실시하면서 친일파를 중용하여 친일청산을 방해한 미국이다. 미국이 우리 역사에 끼친 해악은 밝혀진 것만도 엄청나다. 박정희의 쿠데타를 용납한 것도 반공노선을 강화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사드를 억지로 들여오게 해서 중국과 갈등을 빚은 것도 미국 때문이다.

보수 야당은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목숨을 바쳐 우리를 지켜주었기에 대한민국이 있다.”라고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지키려고 전쟁을 한 게 아니다. 냉전 시대에 아시아대륙과 연결된 최후의 미군 보루였기에 이 땅을 지켰다. 그리고 우리 살림이 나아지면서 얼마나 많은 무기를 사주었던가?

2차 대전 이후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전쟁을 벌여 무기와 탄약을 팔아먹는 미국이다. 종교갈등 전쟁의 배후에 미국의 장난이 개입하고 아프리카에서 총성이 그치지 않는 것도 미국 무기상의 장난이라고 한다. 트럼프 집권 이후 끊임없이 계속되는 국익 우선주의 정책은 그동안 미국이 감내하던 깡패국가의 지위마저 내던지고 우리만 잘살겠다.’로 치닫는다.

2차 대전 패전국이면서 미국의 비위를 잘 맞추어 한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던 일본은 아직도 그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하여 저지른 잘못을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고 버티며 한국경제 성장에 배 아파하고 있다. 그러다가 일본에 강제 징용했던 사람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불복하여 한국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원료 물자 수출을 규제하였다. 한국의 안보 물자 취급이 허술하다는 이유다. 그에 대응하여 우리는 일본과 맺은 GSOMIA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이 우리를 믿지 못한다니, 우리도 일본에 군사정보를 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불량한 미국, 염치를 모르는 일본과 삼각 방위협정을 맺고 있다. 우리가 조금 살만해지자 미국은 주둔비 부담을 늘리려 하고 일본은 한국경제에 영향을 주는 원료 물품의 수출을 제한하여 성장을 방해하려 든다. 거기에 중국의 급성장한 기술력 추월과 북한의 핵 위협까지 사면초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라 안에서라도 마음을 합해주면 좋으련만, 보수 야당은 무조건 반대 일변도로 나가면서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온갖 짓을 다 한다. 국회는 개점휴업이고 날마다 헌 갓쟁이 트집 잡듯꼬투리 잡고 늘어지기에 열중한다. 갖은 악다구니를 써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이미 그들이 해 온 짓을 국민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 연합뉴스는 미국의 관련 전문가와 전 주한 유엔군 사령관 등이 한국에 전략자산 운용비용까지 부담지우는 것은 동맹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은 내년에 이어질 일본과 유럽 등지의 주둔비 부담협상을 앞두고 표본처럼 미국이 활용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많은 액수를 책정하려 할 것이라고 한다.

만만한 한국에서 많은 액수를 확보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그에 준하여 비용을 부담시키려는 전략이지만, 우리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응해서는 안 된다. 협상에서 미군이 철군하겠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제발 나가달라고 해도 갈 수 없는 미군이다. 중국이 갈수록 힘을 늘려가는 마당에 중국 코앞의 기지를 포기하며 뱃장을 부릴 수는 없다.

주둔비 인상 반대 국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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