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그날을 애도하는 자들
10.26. 그날을 애도하는 자들
  • 전주일보
  • 승인 2019.10.27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19791026일은 엽기 독재자 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연예인들을 불러놓고 파티를 즐기다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은 날이다. TV를 보다가 눈에 드는 연예인이 보이면 차지철을 시켜 불러다 멋대로 유린하고 권력과 돈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그는 그렇게 불러들인 여자들 앞에서 부하의 권총에 맞아 죽었다.

선거도 치르지 않고 멋대로 만든 선거기구인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된 박정희는 국회의원 1/3을 자신이 임의로 지명하여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그렇게 선출된 자들이 유신정우회라는 정치단체를 만들어 국회를 주도했다. 박정희를 지키고 그의 독재를 수행하는 첨병이었다.

박정희는 제멋대로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도 만들고 예쁜 여자를 보면 안가에 불러 멋대로 갖고 놀았던 그런 파락호에 다름 아닌 자였다. 그런 그를 추모하는, 아니 그쪽 지역에서는 아직도 신처럼 모시는 사람들이 많다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토요일 국립묘지 현충원에서 박정희 추모식이 열렸다고 한다. ‘뉴스1’에 따르면 그 자리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추도사에서

당신의 따님, 우리가 구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장내에 모인 모두가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고 한다.

철딱서니 없는 여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놓고 나라를 주물럭거리던 미련에 온갖 선동을 일삼는 그들다운 말이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나라 정치를 옛 정인의 딸에게 송두리째 맡기고 거울만 가득 달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어도 그들에게 박근혜는 여전히 공주님이고 박정희의 화신인 듯하다.

그날 추모 행사에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국회 원내대표도 참석했다고 한다. 촛불이 뜨겁던 2017년과 당 지지도가 바닥을 치던 지난해에는 한국당 중진은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슬그머니 고개를 디밀었다. 그리고 박정희의 업적을 찬양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황 대표는 추도식에 참석한 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려웠던 대한민국을 어떻게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는가. 그에 관한 리더십은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박정희의 독재 리더십을 찬양했다고 한다. 또 나경원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모든 역사가 물거품 되는 이런 순간이다. 반헌법적인 문재인 정권에 대해 맞서 대한민국 산업화 역사를 다시 찾아야겠다 생각하는 추도식이었다라고 했다고 한다.

위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박정희가 나라를 부강하게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정치를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인 정치를 한다는 말이 된다. 참으로 어이없는 말을 함부로 해도 좋은 세상이어서 그렇지, 만일 박정희 시대에 누군가 나경원 같은 말을 했다면, 안기부에 끌려가 간첩으로 몰려 죽을 지경에 이를 일이다.

요즘처럼 정말 아무 말이나 마구 해도 잡혀가지 않던 시대가 있었던지 모르겠다. 이런 시대를 두고 자유민주주의가 흔들린다는 나경원의 머릿속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가 물거품이 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일본에 빌붙어 잘살게 되었다는 그들의 생각대로 일본은 36년간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나라라는 말인가? 그 고마운 역사와 이명박의 4대강 버려놓기 역사를 인정하라는 말인가? 그게 대한민국의 산업화 역사인가? 그걸 되찾겠다면 참으로 잘못된 역사 인식이다.

박정희는 총칼로 국민을 위협하여 입도 벙긋하지 못하게 하고 제멋대로 나라정치를 쥐락펴락했다. 그의 술시중에 오입질에 희생되거나 자발적으로 알랑거려 이익을 얻어낸 연예인들의 이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게 민주주의라면, 그런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라면 그야말로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다.

박정희는 안가에서 연예인을 불러 노래시키고 옆에 앉혀 술 따르게 하고 농락한 일 한번 만으로도 지탄 받아 마땅한 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극악한 독재자를 두고 역사를 되찾느니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공이 많으니 사소한 과오는 용서해야 한다? 박정희가 공이 많다는 건 개가 웃을 일이다. 경제개발은 4.19 이후 민주당 장면정부가 세워놓았던 것을 그대로 진행한 것뿐이고, 경제 차관 얻어다 기업자금을 댄 것은 차관 얻어서 기업에 주면서 삥땅챙겨 나눠먹느라 열심이었다. 일설에는 차관액의 1/4이상, 경우에 따라 절반을 떼어먹은 게 독재정권이 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그 시절의 군인들은 잠실과 강남 개발지역에 땅을 사들여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남겨 모두 부자가 되었다. 경상도 지역의 공업지역을 조성하면서도 그 지역 주민과 정권내의 군인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 거부가 수없이 나왔다. 지금 부자들의 면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개발독재 시대에 한몫 잡은 군인들이고 그 곁불을 쬐며 이익을 챙긴 자들이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하지만, 결코 지난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검찰개혁을 해보겠다는 정부에 맞선 검찰과 정부를 훼방하는 자들의 갈등에서 보수 야당이 상당부분 이익을 챙겼다. 그렇다 해서 국민이 무조건 반대의 야당에게 표를 덥석 주지는 않는다. 거대 언론과 일부지역의 반응에 힘을 얻어 금세 뭐가 된 것인 듯 착각하지 않기 바란다.

국민을 속이려 선동하고 가짜뉴스로 부추기는 짓은 이제 그만하고 이제라도 마음을 고쳐서 함께 나아가는 게 보수가 사는 길이다. 지금 국민은 지난날 독재 서슬에 눈알만 움직이던 국민이 아니다. 국민이 뒤에 감추고 있는 손에는 촛불이 들려있음을 알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