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사람들?
나사 빠진 사람들?
  • 전주일보
  • 승인 2019.10.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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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반대만 하다 날 새는 사람들

완연한 가을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밤공기가 제법 사늘하다. 여기저기서 호시절을 맞아 축제가 열리고 축제를 찾아오는 사람이 예년보다 50%나 늘었다는 행복한 비명도 들린다. 이런 날엔 좋은 뉴스도 들리고 그래야 제 맛인데 나사 빠진 사람들 이야기만 들려 우울하다.

지난 주말에도 여의도와 광화문 광장에서는 아직도 검찰개혁을 외치는 목소리와 검찰을 옹호하고 공수처 신설은 절대 안 된다고 거품을 무는 목소리가 엇갈려 들리면서 국민을 불쾌하게 했다. 한국당은 일부지역에서 동원을 증명하는 인증샷까지 찍어 올리도록 집회 참가를 독촉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들은 검찰이 잘하고 있는데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가라고 물으며 공수처 신설도 반대했다. 검찰 정보를 정쟁에 활용하여 재미를 좀 본 속내와 검찰을 감싸야 살 수 있는 생리를 드러낸 듯싶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 그들이 드는 태극기와 성조기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 두 깃발의 의미는 전혀 달라야 하지만, 그들은 두 깃발을 같은 의미로 들거나, 성조기 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듯하다. 항상 태극기는 숫자가 많고 대신 성조기는 태극기보다 큰 것을 들고 나왔다. 미국이 큰 나라이니 큰 깃발을 들었는지, 미국에 잘 보여야 살아남는다는 군정시대의 유산을 기억해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비슷한 이유일 터이다. 어쩌면 그들 마음속의 진정한 조국은 미국일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광장에 나온 황 대표의 짧은 머리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난날 그들의 조상인 박정희가 군대의 힘으로 무시무시한 철권을 휘두를 때, 어떤 저항 수단도 표시할 수 없어서 마지막 수단으로 야당 지도자가 시도했던 일이 삭발과 단식이었다. 국회도 광장도 없던 그 험악한 비상조치 아래서 머리라도 깎아 저항을 표시했다. 그리고 단식으로 결연한 심사를 대변했다. 그러나 지금 국회가 있고 광장에, 언론에 무엇 하나 열려있지 않은 세상에서 머리를 깎는 뜻은 무엇이며, 단식은 또 무엇인가?

엄청난 세비와 온갖 특혜를 다 누리며 거들먹거릴 수 있는 국회를 팽개쳐 민생법안과 정치, 사법 개혁을 나 몰라 라하고 걸핏하면 광장에 몰려가 욕설과 온갖 한심한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설치는가? 아예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어 미국민이 되고 싶은가? 국회에 들어가면 한다는 일이 꼬투리 잡기로 정부 공격만 할 뿐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사람들이 내년 국회를 점령할 꿈에 젖어있다면 오산이다.

국민은 꼬투리 잡기로 싸우는 사람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국회에 계류된 법률이 다 통과되면 국민에 도움이 되고 나라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사법 개혁과 정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민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만사 제쳐 두고 수만 건의 법률안을 먼저 검토하고 의결해야 한다. 정권 싸움은 그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정권은 싸움질 잘하는 사람에게 가지 않고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간다. 지금 국민은 투표가 어떤 것인지,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안다. 어느 시대보다 현명한 국민이다.

왜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정부의 제도에 개선점을 제시하고 더 좋은 정치를 하도록 북돋아 주지 못하는가? 인공지능 시대의 국민을 아직도 논두렁 타던 시대의 국민으로 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광장에서 국회로 들어와 일할 때다. 밀린 법안과 예산안을 깔끔하게 처리한 뒤에 선거에서 정부의 잘못을 제대로 짚어낸다면 바라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트집잡기보다는 정당하게 수치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전 야당을 국민은 원한다. 그래야 야당도 여당이 될 수 있다.

유니끌로 매진을 부른 사람들

지난주 또 하나의 뉴스는 일본 상표 유니끌로에서 한국진출 15주년을 구실로 대규모 세일을 단행했는데 많은 상품이 재고가 바닥날 만큼 잘 팔렸다는 소식이다. 아울러 일본 네티즌들이 한국에서 유니끌로가 상당수 품목이 매진될 만큼 잘 팔린 사실을 두고 한국인들을 비아냥거렸다는 한심한 뉴스가 있었다. 남의 눈이 두려워 매장을 가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할인판매를 구실로 싹쓸이 쇼핑을 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유니끌로 상품을 치하하고 좋아하는 한국 구매자의 댓글을 캡쳐하여 인터넷에 올리며 조롱했다.

유니끌로는 그러지 않아도 상품 선전인 척하면서 어떻게 80년전 일을 기억하냐?’며 한국의 강제 징용 배상문제를 은근슬쩍 꼬집고 나온 상업광고를 내보내 우리를 분노하게 하던 참이었다. 1939년부터 강제 징용이 극성스럽게 시작되어 아베의 증조부 아베 노부유키가 조선 총독으로 부임한 1940년부터 약800만명이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으로 끌려갔다.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을 하겠다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그렇게 많은 물건을 사들였다니,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조롱하는 그들의 물건을 사들인 사람들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을까? 그들 말대로 싸고 좋은 물건이 거기에만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아베는 여전히 한국이 일본에 무릎을 꿇어야 수출품 규제를 풀겠다고 큰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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