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전쟁, 디지털 무역
보이지 않는 전쟁, 디지털 무역
  • 전주일보
  • 승인 2019.10.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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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사용이 본격화되고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디지털화(Digitalization)’는 산업,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발전 초기에는 상품(Goods)과 서비스(Services)가 이동하는 경로와 이를 거래하는 수단이 변화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전자상거래 (e-commerce)’라는 표현이 일반화되었다.

이후 디지털 기술이 상품과 서비스 자체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이 둘 간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면서 전통적인 개념의 상품과 서비스로 규정할 수 없는 ‘디지털 상품(Digital products)’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 만화, 캐릭터,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등 무형의 콘텐츠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한 전통적인 IT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또한 인터넷으로 연결된 몇 대의 컴퓨터와 아이디어만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성공신화가 곳곳에서 탄생하기 시작했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등 익숙한 이름의 IT 기업 들이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기술 발전을 무기로 사업영역을 나날이 확장하고 있다.

1970년대에 개인컴퓨터 제조업으로 시작한 애플은 하드웨어를 뛰어넘어 콘텐츠 유통, 전자상거래, 클라우딩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2018년 매출액 2,29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포춘 500대 기업 중 11위를 차지했다.

포춘 기업순위 100위권 내에 있는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의 2017년 매출액을 합하면 우리나라 2018년 총 수출금액인 6,000억 달러를 초과한다. 

 기존 산업분야와는 달리 디지털 분야의 글로벌 기술 자이언트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일부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과 아시아 지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미국의 거대 IT 기업들은 비즈니스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시켰고 그 결과 여러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견제도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의 거대 기업들에 견줄만한 기업이 많지 않은 유럽에서는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 도입과 개인정보보호법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강화 등을 통해 미국 기술 자이언트 기업들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의 경우 개인의 정보보호뿐 아니라 사이버상의 안보와 더 크게는 국가안보를 위해 데이터의 이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데이터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자체가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주권’을 언급하며 데이터 이전을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7년 6월 1일 사이버보안법을 발효시켜 시행중이다.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 여러 국가들도 안보상의 이유로 데이터 이전 및 저장에 대한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디지털 무역에 영향을 주는 조치와 규제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미국 기술 자이언트 기업들은 영업활동과 이익창출에 방해가 되는 조치들에 대해 해당 국가의 정부에 불만을 제기할 뿐 아니라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해당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커지면서 미국 정부는 이들에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차별적이고 공정한 비즈니스 환경을 보장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주요 논의 사항중 하나인 지식재산권도 디지털 무역 전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몸소 체험하고 디지털화가 우리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 발전 초기부터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전자상거래의 경우에도 우리 기업들은 재빠르게 도입하여 국내외 거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된 ‘디지털 무역’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우리 기업들의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OECD에서 발간한 한 보고서(2019)는 현대 제조업 활동이 과정마다 수많은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을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라고 표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데이터의 국경간 이동이나 데이터의 현지화와 같은 규정은 IT와 관련 서비스 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제조업까지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기업이 디지털 무역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이다.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산업 및 경제 전반의 지각변동은 그 파장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기업들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많은 기존 기업들도 이제는 디지털 정보와 데이터의 흐름에 크게 영향받고 있다.

디지털 무역의 국제 통상규범에 관심을 가지고 심도 있게 조사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서 해외시장진출 및 경쟁력 제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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