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표를 누군가 노리고 있다.
내 표를 누군가 노리고 있다.
  • 전주일보
  • 승인 2019.10.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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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김 규 원 / 편집고문

내일(8)은 절기상 한로(寒露), 찬 이슬이 내려 맺히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이어오던 낮 더위가 수그러들고 아침 기온이 15도까지 내려갔다. 태양이 기울어 볕이 줄어드는 건 온난화라는 이상기온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일 터이다. 그렇게 대지는 식어 가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어제도 펄펄 끓었다. 사법개혁을 외치는 촛불이 더 뜨겁게 타오르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정체 불명의 무리가 광화문 광장에서 악다구니를 이어갔다.

두 달째 수그러들지 않는 조 국 사태가 검찰개혁을 새롭게 인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조 국을 몰아세워 검찰개혁을 막아보려던 검찰의 과도한 몸짓이 시민의 눈에 제대로 걸려들어 촛불로 번지기 시작했다. 부메랑을 맞은 보수 세력은 불량기독교 세력까지 끌어들여 광화문 집회를 키우려 했지만, 이미 눈 밖에 난 그들의 집단 퍼포먼스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해프닝에 다름 아니다.

뉴스1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울산지검 임은정 부장검사가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 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검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그는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내가 아는 것을 국민이 다 안다면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난장판이라며 나도 현직 검사라 마음이 아프지만 국민들께서 더는 믿지 못하겠다고 하신다면 마땅히 우리는 내놓을 수밖에 없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또, “검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해야 하지만, 상급자의 명령을 실시하는 데 전력 질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명령을 따르는 데 집중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고가 정지되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이 하나의 국가기관으로 존재하지 않고 검찰 조직의 일원으로 조직을 지키는 일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증언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노무현 정부가 개혁에 접근하려다 실패했을 뿐 어느 정부도 이를 고치려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초기부터 개혁을 진행해 왔고 그 중심에 조 국 장관이 있었다. 이에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하자마자 보수 야당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주체를 흠집 내서 개혁 작업을 방해하겠다는 의도적 공격에 사용된 정보는 예사 수준을 넘어선 세부적인 자료가 제공되었고 그 출처가 검찰이라는 의심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 대통령이 조 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여 청문회가 열리는 시점에서 조 국에 대한 한국당의 공격은 정점에 이른다. 일가족의 모든 것이 까발려지고 친척들도 연관된 것으로 몰아 붙여졌다. 청문회에서 숱한 문제들이 꾸역꾸역 밀려 나왔지만, 결정적인 것은 나오지 않았고 부풀려진 의혹만 산처럼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조 국이 장관에 임명되었다.

문 대통령은 조국 개인에 대한 의혹은 법으로 가려내면 될 것이고, 검찰의 조 국과 관련된 정보제공과 수사 태도에서 검찰개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현실을 직접 언급을 통해 지적하기도 한 것처럼 검찰 권력에서 국민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 개인의 인기나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망보다는 이번 기회에 검찰개혁을 확실하게 하여 권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청문회 채택보고 없이 조 국 장관을 임명하자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시작으로 조국 임명을 철회하라는 투쟁의 한 방법으로 삭발이 시작되었다. 삭발투쟁은 노동운동에서 어디에도 호소할 길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채택했던 투쟁방법이다. 한국당은 국회의 제1야당으로 국회라는 잘 차려진 마당이 있는데 그 마당을 박차고 밖으로 나앉아 머리를 깎으며 어설픈 전사 흉내를 냈다.

조 국 임명을 반대하는 것은 검찰 개혁을 반대한다는 말이다. 왜 보수 야당은 줄줄이 머리를 깎아가며 검찰개혁을 반대할까? 그들은 지난날 검찰을 정치도구로 잘 활용했다. 국정원과 보안사 등 기관을 활용하여 검찰을 들여다보며 힘으로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들은 다시 권력을 쥐어 그러한 권력기관을 부활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므로 개혁이라는 절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감시하고 찍어 누르면 될 터이므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려 국정감사와 내년 예산심의,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산처럼 쌓여있는데, 아직도 국회는 조 국 사태에 매몰되어 나아가지 못하고 일부 국정감사도 조 국에서 시작하여 조 국으로 끝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거액의 세비를 받으며 갖은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당에서 많은 당선자를 내기위한 궁리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 국민은 오래전에 잊어버린 이름이다.

말만 많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내년 예산을 심의할 것이다. 그 때에 자신의 출신지역에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넣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쓸 것이고 이런저런 반대 의견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채 예산안은 통과될 것이다. 그래야 내년 선거에서 내가 얼마를 가져왔다고 생색을 낼 것이므로.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의 법 제정을 맡기고 우리를 대표해달라고 표를 주어야 하는 국민들, 늘 속고 또 분통터지는 반복을 하지 않으려면 투표를 잘해야 할 것인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고 남들 따라 꾹! 찍어주니 문제다. 누군가 불온한 생각으로 내 표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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