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안정...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쌀 수급안정...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 전주일보
  • 승인 2019.09.24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 재 도/전북농협 본부장
유 재 도/전북농협 본부장

엊그제 모내기를 한 것 같은데 수확을 앞둔 벼가 고개를 숙이고 논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황금색 물결이 출렁인다. 누렇게 익은 벼는 마치 황금처럼 탐스럽기 그지없고 1년 농사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다.

그런 풍경에 간간이 논에 심어져 있는 콩을 보면서 지난봄에 추진했던 타작물재배사업이 생각나고 또 한편으로는 쌀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 값 하락도 우려가 된다. 그렇지만 올 해도 쌀 풍년을 기원해 본다.

쌀은 우리 농업의 근간이며 농업인에게 가장 중요한 소득 작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황 호조 등 쌀 생산량은 많은 반면 소비 감소로 국내 쌀 시장은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농업인들은 수확기마다 쌀값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와 정부는 2005년 이후 15년간 7번의 시장격리를 추진하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였고 농협에서도 수확기에 농가출하 희망물량 전량을 매입하고 정부와 함께 쌀 소비촉진 홍보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수급안정을 위해 힘써 왔다.

다행히 2017년 수확기에는 정부의 사상 최대물량 시장격리에 힘입어 20여년 전 수준에 머물렀던 쌀값이 19만원대(80kg)까지 회복되었으나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농가소득 안정망 기능을 해온 직불금제도가 개편 이후 정부의 제도화된 수급·가격 안정장치 부재 시 쌀값 하락과 생산농가 경영불안이 예상되고 과잉 공급된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경우 부처 간 협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가 필요하여 선제적인 대응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어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동시장격리제』란 벼 수확기에 앞서 적정 생산량과 소비량을 산정한 뒤 그 이상의 쌀이 생산되면 초과물량을 정부가 시장에서 자동 격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수급상황과 정책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여 시장 혼란과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비효율성을 완화하여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시장격리제의 효과는 2017년과 2018년에 이미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쌀값이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2017년산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37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했다. 특히 예년과 달리 격리 방침이 본격적인 수확기 이전인 9월에 발표했다. 사실상의 자동시장격리제를 가동한 셈이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수확기 이후 현재까지 쌀값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쌀생산조정제가 쌀 생산을 사전적으로 줄이는 제도라면 자동시장격리제는 사후적인 조치이면서도 쌀시장 공급량을 선제적으로 감축한다는 측면에서 또한 사전적인 성격을 띤 수급 안정장치이다.

기존의 시장격리제는 잉여 생산량을 거의 다 격리했지만, 격리시기가 늦어 쌀값을 안정시키는데 역부족 이였다. 격리원칙과 기준이 없이 시장격리를 했기 때문이다. 추가 격리보다는 자동격리제처럼 시장 참여자가 예측 가능하도록 원칙을 명문화해야한다. 자동시장격리제가 법제화된다면 적정 쌀값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