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나누는 추석
뭔가를 나누는 추석
  • 전주일보
  • 승인 2019.09.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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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한가위가 다가왔다. 예년보다 이른 한가위여서 아직도 에어컨을 찾고 선풍기를 돌려야 하지만, 그래도 추석(秋夕)이다. 추석이나 설 명절을 맞는 시기에 신문을 제작하며 느끼는 고마움은 나눔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자치단체나 정치인들의 의도된 자선을 제외하고도 우리 주변에선 어려운 이들을 생각하는 나눔의 아름다운 마음들을 신문에 소개할 때 따뜻한 정을 느낀다.

올 추석을 앞두고 못된 태풍 링링이 우리 한반도를 할퀴어 많은 피해가 났다. 그런대로 대비를 잘해서인지, 태풍의 규모에 비해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2000년대 초기에 왔던 매미, 루사, 뿌라삐룬 등은 강풍에 많은 비를 동반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가옥이 무너지고 산사태로 매몰되는 사고가 곳곳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태풍에 비해 이번 링링은 이재민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저지대에 사는 어려운 사람들은 피해를 당했을 것이고 복구능력이 없는 이들은 추석이 되레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어려운 이들을 챙기고 있긴 하지만,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그늘진 곳, 도움을 청할 수도, 청할 줄도 모르는 이들이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수용시설이나 보호시설에는 명절이면 겹치기 선물과 지원이 몰리지만, 정말 운신을 할 수 없는 어려운 쪽방 사람들은 되레 추석이 원망스러울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에 스스로 삶을 내던지는 이들이 이런 시기에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인지장애, 발달장애 등의 장애인 등은 자신의 어려움을 남에게 알릴 줄도 모르고 가족으로부터 유리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가 되면 건강이 여의치 못한 노인이나 장애인,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급속히 건강이 나빠져 무너진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주변에서 발견하거나 알아낸 어려운 이들을 행정에 신고하여 보살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나만 행복한 추석을 보내는 것은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내 이웃과 보이지 않는 이들도 함께 행복해야 내가 제대로 행복해질 수 있다.

내게 여유가 있다면 주변의 어려운 이에게, 또는 모임이나 단체를 통해 십시일반 모아서 나누는 아름다운 생각도 지금부터 연말연시까지 언제든 실천할 수 있다.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나눠 다른 이의 삶을 풍요롭게 하거나,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나누려는 생각이 세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한다. 돈이나 물질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 보다는 우리, 여럿이 함께하는 그런 즐거운 한가위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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