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계절에
태풍의 계절에
  • 전주일보
  • 승인 2019.09.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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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아베의 일본이 우리를 공격한 덕분에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우리는 일본의 더러운 침략 근성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두 달이었다. 일본이 노린 우리의 반도체 생산 불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고, 기업과 정부는 일본산 소재와 기계류의 국산화에 전력을 다하는 전화위복도 이루어지고 있다.

헛다리짚은 아베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반한감정을 들쑤시느라 각급 언론을 동원하여 한국을 폄훼하고 한국인을 나쁜 사람들로 몰고 있다. 일본의 각급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한국을 욕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시청률이 오른다는 판단 아래 마구잡이 편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연 아베다운 짓이다. 그들은 여전히 1965년 일본 왕에게 충성의 혈서를 썼던 박정희가 나라를 훔쳐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모든 것을 끝냈다고 강변한다.

어떻게 든 국민 여론을 전쟁 가능 국가 개헌으로 몰고 가려는 아베의 의도가 성과를 내는 듯하지만, 상당수 지성인들과 일본 왕가도 전쟁가능국가로 전환을 반대하고 있어서 그의 뜻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더구나 일본 경제가 내리막을 걷는 상황에서 한국과 갈등으로 지역관광산업이 무너지고 수출이 줄어드는 결과가 빚어지면서 아베의 독선 정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은 어제도 한일갈등의 책임이 모두 한국에 있다고 생떼를 썼다.

아베는 결과적으로 한국민을 뭉치게 하고 자국 기업이 한국에서 돈을 벌지 못하게 한 자충수를 둔 셈이 되었다. 이제는 일본이 수출을 허가해도 한국기업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외적인 요인도 이겨낼 맷집이 생기는 효과도 얻었다. 그렇게 일본 사태가 진정되어가는 가운데 우리 정가에서는 조국 법무장관후보자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관후보자의 그야말로 모든 것을 까발린 내용은 진정 장관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미주알고주알, 작정하고 신상털기를 자행하여 후보자를 궁지에 몰았지만, 법망에 걸린 문제나 결정적 하자는 나오지 않았다. 후보자의 가족, 딸의 학교생활기록부까지 복사하여 나돌 만큼 구질구질한 인사청문회가 이루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조국 후보자를 향한 공격은 그가 사법개혁의 중심에 있었고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데서 기인한 것이라는 게 적절한 분석인 듯하다.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법무장관이 되면 사법고시 출신이 아닌 사람이 검찰을 지휘하는 전통이 될 수 있다. 또 검찰 내부의 오랜 관행 등으로 왜곡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후보자의 의지를 꺾어버리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력 보수언론이 조국 후보에 대한 공격을 끊임없이 퍼붓는 이유도 그 철옹성 같은 검찰조직의 힘을 언론의 힘과 연계하여 이용해 왔던 특권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타당성 있다. 바꾸어 말하면 기득권 세력이 누리는 법 위의 권력, 권력과 금력으로 부리는 힘의 파급력이 떨어지는 걸 막으려는 안간힘이 조국 후보자를 공격하는데 총동원되었다는 말이다. 그러고도 강력한 펀치 한 방을 내놓지 못하자 정부는 조국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언론이 만들어놓은 조국에 대한 평가에 국민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는 문제로 문대통령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

그렇게 한동안 조국이라는 인사 태풍이 불어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강력한 진짜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훑고 지나갔다. 태풍이 오기 전에 우려했던 만큼의 피해는 아니어도 도내 곳곳에서 이런저런 피해가 있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태풍이라면 어쩌다가 한번은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첫째는 보기 싫게 널려있던 잡다한 것들을 모조리 바람이 날려 보내 정리되어서 좋다. 둘째는 약간의 과일이 떨어지는 것은 우량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풍년이 들어 과일값이 폭락하는 것보단 농가에 차라리 도움을 준다. 셋째는 비에 무너질 수 있는 축대와 시설물들을 사전 점검하여 든든하게 대비하게 한 일도 필요했다. 가장 중요한 넷째 좋은 점은 평소 긴장감 없이 늘어져 있던 사람들의 감성을 긴장하게 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게 하는 훌륭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 태풍이 우리국민을 긴장하고 단결하게 하였고, 조국의 청문회 태풍은 우리가 평소에 알지 못하던 사람들의 일상과 검찰이라는 거대한 권력집단의 속성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는 지도 알았다. 더불어 그러한 권력속성에 편승하여 국민과 법위에 군림하는 무리들이 저지르는 목불인견의 태도도 보았다.

갈수록 비대해가는 검찰 권력을 개혁할 적임자이긴 하나, 하도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 임명을 고심하는 문 대통령의 심사가 퍽 안타깝다. 그러나 진정 그의 손으로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검찰개혁을 매듭지을 수만 있다면, 지지율을 떠나 나라의 백년을 위해 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의 처한 환경은 여론에 좌고우면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이 시대가 아니면 할 수 없을지 모를 그 어려운 수술을 위해 용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시작을 한다면 누군가 끝내는 때가 올 것이다. 힘이 한 곳에 몰리면 나라가 기우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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