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기지 반환은 당연한 일
주한미군 기지 반환은 당연한 일
  • 김규원
  • 승인 2019.09.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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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정부가 미반환 주한미군 기지의 반환을 서둘겠다는 발표에 보수 야당이 안보를 들먹이며 게거품을 물고 있다. 가짜뉴스는 정부의 이런 결정이 방위비 분담금을 몇 배로 올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의 세계는 트럼프발 국익 우선주의가 판을 흔들면서 곳곳에서 알력을 불러오고 무역분쟁 등 내셔널리즘이 급속히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것도 EU에서 부담금은 느는데 규제는 점점 강해져 자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단순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실제 영국이 EU에서 얻는 이익과 손실을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계산했지, 영국인의 식생활이 이미 EU 여러 나라의 좋은 식재료에 길들어버린 사실이나, 영국인들이 EU에서 얻는 이득을 계산하지 못한 조치였다.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고 중국도 미국산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치킨 게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은 힘이 부치는 중국이 핸들을 꺾어 공멸은 피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많은 쪽수와 사회주의 체제라는 배경을 가진 중국의 마지막 한 수는 예측 밖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의 아베가 트럼프와 자주 만나더니 눈엣가시인 한국을 향해서 첨단소재 수출금지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한국이 금세 손을 들 것으로 생각했던 아베는 되레 일본상품 불매와 여행 금지로 맞서는 한국민의 반일감정에 불을 지핀 꼴이 되어 침체기에 접어든 일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에 맞서 한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폐기하는 강수를 두었다. 한국은 일본이 우리를 불신하여 첨단수출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마당에 일본에 우리 군사정보를 주는 일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에 일본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일본이 꼬드겼는지 미국이 나서서 지소미아 폐기에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시절의 친일보수 정권이라면 일본의 눈치를 보며 시키는 대로 비위를 살살 맞추어 이런 분쟁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지나친 간섭에 외려 미반환 미군기지 26개를 조속히 반환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각 나라가 국익을 내세워 갖은 짓을 다 하는데, 우리만 틈새에 끼여 당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툴툴거리며 다시 방위비를 증액할 것을 엄포하는 마당에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평택 미군 기지를 만들어주고도 아직도 용산 미군 기지조차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올 10월까지 용산의 모든 미군 시설을 평택으로 이전하고 11월에 비울 것이라지만, 또 무슨 구실로 용산기지에 주저앉을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사실 용산 미군기지 자리는 오랜 기간 우리 땅이되 우리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었다. 미군이 2차 대전 후에 용산에 들어오기 전에는 일본군이 용산을 차지하고 있었다. 용산기지의 역사는 멀리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시대 군영이 있었던 용산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병참기지로 활용되었다. 임오군란 때에는 청나라 군대 3,000명이 주둔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 뒤에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895년부터 아예 퍼버리고 주저앉아 러일전쟁을 치렀고 조선을 완전히 강점한 때에는 일본군 20사단이 주둔하여 식민지 조선군 본부로 사용했다. 그리고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미군이 들어와 현재까지 한국의 수도 복판을 장악하고 있다.

용산을 비롯한 26개의 미반환 미군기지가 있지만, 먼저 용산기지에 완전히 우리의 행정력이 미치도록 하는 일은 또 한 번의 독립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은 동두천, 부평, 원주 등지의 미반환 미군 기지를 하루빨리 비워달라는 정부의 뜻은 단순히 국익 차원을 넘어 이제는 만만하게 미국이라면 뭐든 맘대로 차지하고 흔들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트럼프는 뭐든 미국에 이익만 된다면 좋다는 식으로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더 올리려고 협박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일상생활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하라는 식의 트럼프 주장은 주한미군의 성격상 대단히 불평등하고 굴욕적이다. 주한미군이 방패가 되어 북한이나 중국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방위비를 얼마든지 내라면 낼 것이라는 트럼프의 생각은 터무니없다.

달리 보면 주한미군은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고 확대를 억지하는 역할이 더 크다. 우리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 미군은 점령군의 지위를 유지하는 SOFA 협정(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을 견지하며 한국을 깔아뭉개고 있다. 거기다 방위비를 또 올리겠다니,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만만하게 당해만 왔다.

정부가 미반환 미군 기지를 조속히 반환 처리하겠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당연히 반환해야 할 우리 땅을 차지하고 제멋대로 쓰는 짓은 당연히 주권국가로서 막아야 할 일이다. 그들이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토양이 오염되고 주변 개발조차 하지 못한 일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등을 떠밀어도 안 나간다. 한국은 그들의 아시아 대륙 마지막 보루이다. 미국이 한때 우리 전쟁에 참여하여 나라를 지켜주었지만,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위해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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