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 일본식 표현 퇴출을 환영하며
전북도의 일본식 표현 퇴출을 환영하며
  • 전주일보
  • 승인 2019.08.27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도가 26일 전북도 조례에 쓰인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과 한자어로 바꾼다는 발표를 했다. 조례564, 규칙125개를 전수조사해서 일본식 표현과 용어, 어려운 한자말을 쉽게 고친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률용어도 일본식 표현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아직도 우리 법률 가운데에는 일본식 용어와 표현이 상당수 남아있다.

전북도는 도가 생산하는 모든 공문서에서 일본식 표현을 영구히 퇴출하는 계기를 삼을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지만, 과연 뿌리 깊은 악습이 쉽게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가장 흔하게 눈에 뜨이는 사례는 ‘000()’이라는 표현이다. 한때 없어졌다가 슬그머니 다시 등장한 이 형식은 일제 강점기의 공문서 제목 끝에 붙이던 모양새였다.

이런 조례나 법률, 행정집행 관련 용어들을 광복 75년이 지난 지금에야 고친다는 게 한심하지만, 이제라도 생각을 고쳐먹고 일제의 잔재를 쓸어내겠다는 계획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런 공문서나 조례 용어를 고치는 일 이외에도 아직 행정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는 얼마든지 있다.

본지가 여러 차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지적했던 것처럼 아직도 우리의 행정조직은 일제 강점기의 조직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사’ ‘사무관’ ‘서기관따위의 직급명칭만 아니라, 철저한 계선조직을 이루어 절대적 상명하복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일제의 잔재다.

호봉과 연공서열을 중시하여 밥그릇 수로 능력을 평가하는 행정제도는 고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급자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면 공로는 그 감독자가 차지하는 이런 수직체계에서는 젊은 머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지금 나이든 공무원들은 요즘 새로 임용되는 공무원에 비해 수월하게 공직에 들어갔다. 행정경험이 많을 뿐 이 시대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이번 일본과의 관계를 보면서 행정체계를 고치고 연공서열제도 역시 고쳐야 할 때가 되었다. 행정조직을 수직적 체계로 묶어서 한 줄에 매달아놓으면 단체장의 영향력이 쉽게 미칠 수 있어서 좋을 터이지만, 국민을 위한 행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팀장급 정도부터 재량을 주어 법률의 한도 내에서 능력껏 일할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행정이 발전하고 국민이 편하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듯 상급자가 틀어쥔 권한을 각 분야별로 나누어 전문성 있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밥그릇 수가 적어도 일을 잘하면 승진할 수 있어야 한다.

요령만 피우면서 하루 내내 인터넷 검색이나 하며 시시덕거리다가 퇴근해도 해가 쌓이면 승진하는 제도는 이제 그만 바뀌어야 한다. 업무회의에서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만 듣다가 나오는 공무원에게서 무슨 창의가 나올 수 있겠는가? 좀 더 자유롭고 열린 행정 분위기가 되려면 행정의 구조자체를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이제 일본에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