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나 ?
왜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나 ?
  • 전주일보
  • 승인 2019.08.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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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전 세계 경제 규모 1,2위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지 1년이 넘었다. 미국은 2,50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였고 중국도 1,100억 달러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데다, 부품-중간재로 공급사슬로 연결돼 있어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미-중 무역 분쟁의 원인과 변화를 냉정히 짚어보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최근 무역협회에서 발간한‘통상전략 2020‘을 중심으로 우선 미국이 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자통상체제 약화와 보호무역주의 태동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계무역기구(WTO)는 개발도상국과 구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WTO에 가입함에 따라 보다 안정된 세계 무역체제로 발전하였다. 신규 회원국들은 WTO 기반에서 투자환경 정비와 무역 확대를 통해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중국(2001년 가입), 베트남(2007년 가입)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단기에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 WTO 가입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WTO 체제의 외연 확대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오늘날 다자통상체제의 약화라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우선, WTO 내에서 ‘선진국 vs. 개도국’의 대결구도가 자리 잡게 되면서 회원국 간 합의에 기초한 전통적인 의사결정방식이 사실상 무력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성장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인 비시장경제적 관행에 대한 미국·EU 등 선진국 회원들의 불만을 WTO 내에서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WTO 주도의 다자통상규범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세계 통상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은 중국과 관련된 덤핑, 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행위가 WTO 규범을 통해 효과적으로 제어되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WTO의 분쟁해결절차가 오히려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무엇보다 서방의 시장경제체제와는 확연히 구별되면서도 기존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중국만의 독특한 정치·경제시스템이 거둔 괄목할만한 성장은 오랜 기간 동안 당연시 되어온 시장경제체제와 국제 통상질서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에 대한 불만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경제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였다. 반면 중국 경제는 엄청난 대외 충격에도 불구하고 9% 이상의 고성장 기조를 유지한 결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으로 성장했고 GDP 규모로도 미국을 턱 밑까지 추격하였다. 나아가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을 한층 강화하면서 미국 내부로부터 중국에 대한 위기감과 실질적인 대중국 조치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된 중국 견제

 실제로 2009년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 WTO 협정상 조치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하거나 특별 세이프가드,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구제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였다. 반면 중국도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미국이 취하는 조치에 대해 보복하거나 미국을 WTO에 제소하는 한편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 규제, 반독점법 강화 등을 통해 중국 내 미국기업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결국 중국문제가 개선 가능성을 보이지 않자 오바마 행정부가 2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WTO 다자통상체제에서 한발 빗겨선 방향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중국 이슈, 2016년 미국 대선의 뜨거운 감자가 되다

 결국 해결되지 못한 중국 이슈는 2016년 치러진 미국 대선으로 그 불씨가 옮겨 붙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이슈를 미국 국민의 일자리 문제, 미국 기업의 권익 침해와 연결 지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였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다자통상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며 오바마 정부에서 시도된 WTO 규범이나 FTA를 활용한 국제적 접근 대신 미국과 상대국의 양자차원에서 자국법, 즉 미국 통상법을 적극 활용하여 통상 문제를 다룰 것을 예고하였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취임 이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하고 자국법을 적극 활용하여 중국을 겨냥한 조치들을 차례대로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이처럼 최근 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은 비단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통상정책 기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오랜 기간 동안 미국 내부에 축적된 우려와 불만이 표출된 결과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통상정책은 그동안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 가운데에서 거의 유일하게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미-중 통상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장기과제이며, 그 결과로 우리 기업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미-중 분쟁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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