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현황부터 제대로
복지사각지대 현황부터 제대로
  • 전주일보
  • 승인 2019.08.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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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노송동 노후 건물에서 불이나 노인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전북도와 전주시가 복지 소외계층 발굴에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뒷북행정이긴 하지만, 더는 소를 잃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아 일단 환영한다.

옛 속담에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라고 했다. 가난의 이유는 게을러서, 실패가 거듭되어서, 재난을 당해서, 강한 자에게 빼앗겨서, 노동력이 없어서 등등 숱한 사연과 구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그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훌륭한 구조라면 힘이 없는 사람이나 병 든 사람도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므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었을 것이다. 많이 갖고 많이 버는 사람들이 가진 것이나 얻은 것을 내놓아 지금 당장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은 일종의 품앗이이다. 내 일손이 남을 때 남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내게 일손이 필요할 때는 남의 손을 빌리는 아름다운 정신이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

복지 정책도 이런 개념아래서 제도를 마련하고 서로 부끄러움 없이 주고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사회가 안정되고 건강해진다. 지금 어려운 사람들이 장래에 넉넉해질 수 있고, 과거에 풍족하여 나라에 많은 세금을 내거나 남을 위해 내놓기도 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복지정책을 편다면 오늘처럼 소외되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적을 것이다.

가난한 자는 귀찮고 늘 뭔가를 바라는 계층으로 보고 하찮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복지정책을 펴기에, 받는 쪽이나 살피고 주는 쪽이 서로 떳떳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자연히 진짜 어려운 사람이 누군지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손을 내밀어봐야 멸시당하기 일쑤인 환경에서 배가 고파도, 당장 병원비가 없어도 손을 내밀 수 없는 건 당연하다.

함께 사는 세상, 네가 있어야 내가 있음을 알고 돕고 북돋우며 인정하는 마음바탕이 먼저 마련되어야 안 보이는 곳에서 굶어죽거나, 허름한 건물에서 불에 타죽을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복지공무원은 자기 것을 어려운 이들에게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라의 주인들이 그러한 일을 맡겨 처리하도록 명령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이다. 물론 공무원도 더불어 사는 이웃이고 국민인 동시에 주인이다. 내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살피면 사각지대라는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이슈가 터지는 그 잠깐 동안만 어수선하게 떠들고 법석을 떨다가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던가?’ 하고 까마아득하게 잊어버리는 행정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시작했으면 반드시 결과가 나오고 성과를 제대로 분석하여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근실한 행정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말만 앞세우기보다 제발 모든 춥고 어두운 곳에 따뜻한 볕이 비치는 복지 대상자 발굴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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