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때문에 뽑힌 비례대표…엇갈린 의견
전북출신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주미대사로 내정돼 2년여 만에 의원직을 내려놓는다.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취지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 청와대는 조윤제 주미대사의 후임자로 이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20대 국회가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2017년 6월, 문미옥 전 의원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의원 배지를 단 이수혁 의원은 임기를 약 8개월 남겨놓고 국회를 떠나게 됐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민주당에 영입됐었다.
당시 15번의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받아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지난 2017년 6월 문미옥 전 의원이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 국제위원장 겸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선 민주당 간사직을 수행했다.
이 의원은 외교·안보 분야에선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내년 총선 출마 문제로는 다소 진통도 겪었다.
이 의원은 정읍·고창 지역위원장직을 맡았다가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 3월6일 이 의원은 정읍·고창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중앙당에 제출했다. 위원장 취임 1년여 만에 자진 하차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현역의원으로 지난해 2월 지역위원장에 임명됐었다. 전북지역 정가에서는 이 의원의 지역위원장 사퇴를 내년 총선에서 해당 지역구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관료출신의 이 의원이 험난한 지역정치와 현실정치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결국 주미대사로 직을 옮기면서 의원직도 내려놓게 됐다.
이 의원이 국회의원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국회의장은 공직선거법 제200조에 따라 대통령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회의원 궐원을 통보하면서 승계 작업이 이뤄진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궐원이 된 인원은 선거 당시 소속한 정당의 비레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궐원된 국회의원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해야 한다.
2년여 만에 국회를 떠나는 이 의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사실상 청와대 정부·여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만큼 정부에서 일하며 더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의원직을 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비례대표의 목적 중 하나인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인은 “당 입장에서는 사람은 교체되더라도 전체 의석은 유지가 되니, 비례대표 빼가기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이면서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박주현 의원은 대안정치연대를 가지 않았다.
박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으나 당적은 여전히 바른미래당이다.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이후 바른미래당에 반대하는 호남계 의원들이 만든 민주평화당으로 활동했다.
비례대표인 박 의원은 지역구 의원과 달리 자진 탈당할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자동 상실하기 때문에 탈당계를 내지 않았다.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