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고구마
  • 전주일보
  • 승인 2019.07.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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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속에 날씬이 고구마 가득하다
미스코리아 몸매다
고구마들은 얼마 전 부터 웰빙식품이 되기로 작당을 했다
다이어트에서부터 피부미용까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친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
손들이 정신없다
날씬해진다면야 목이라도 매겠다고 결심한지 오래다
젊은 년들이 더 한다

소쿠리를 가운데 두고 육남매가 빙 둘러 앉았다
방금 무쇠 솥에서 꺼낸 물고구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막내가 군둥내 나는 묵은 김치를 감아
잽싸게 고구마를 한 입에 문다
이를 본 큰놈이 날리는 말
인마 잘못 먹음 이빨 빠져~
30w 백열전등이 천장에서 그네를 타면
알전구 같은 머리들이 이불을 끌어 당겨 꿈도 야무지게 꾼다

 

/날씬이 고구마 : 전북 익산시 삼기면의 특산품

 

요즘은 고구마는 건강식과 미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옛날에는 절실한 한 그릇의 밥이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고구마는 가장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식량이었다. 겨울철에 얼지 않도록 안방 윗목에 대나무를 엮어 저장소를 설치하고 그 속에 고구마를 넣어두면 긴 겨울동안은 어디에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가을걷이 중에서 맨 나중에 하는 일은 고구마 캐기였다. 무서린 내린 길을 따라 새벽부터 밭으로 향하는 식구들의 발걸음은 활기가 넘쳤다.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어머니는 낫과 쇠스랑을 나와 동생은 바구니를 들고 보무도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은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처럼 씩씩하기만 했다.부엌 아궁이에 고구마를 묻어 놓고 한참을 기다리면 부엌 안에 익는 냄새가 진동한다. 고구마를 꺼내면 껍질이 조금 타고 속살은 노랗고 맛은 일품이다. 구수하고 달콤한 감칠맛은 아직도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겨울철에는 고구마를 학교에 가지고 가서 교실에 피워놓은 난로 위에 썰어서 놓아두면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입으로 호호 불어 가며 먹으면시쳇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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