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신호
  • 전주일보
  • 승인 2019.07.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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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왔다
링거를 꽂고 나서야 알았다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는 것을
뒷목이 뻣뻣하고 눈이 침침하고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제발 좀 챙겨달라고
몸이
신호를 보내왔는데도
사내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무심하게 지나치다가 큰 코 다쳤다

사랑도 신호를 보내온다
무관심한 척
어깨 위의 비듬을 떨어주며 딴전을 피우면서
아니면 슬쩍
손을 잡고 한 번 흔들어
신호를 보낸다
그 순간을 놓치면 사랑도 응급실행이 된다
이게 신호다 싶으면 얼른 받아라
넙죽 절 한 번하고 나서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 환자들이 앰블런스나 택시에 실려 오기도 하고, 자가용으로 오는 곳이기도 하다.
급한 환자나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의사를 부르고 간호사를 부른다. 교통사고 환자나 위급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왔다 갔다 정신이 없다. 철 침대에 누운 환자들은 이기지 못할 무게의 수액을 달고 고통을 견디다 못해  앓는 소리만 응급실 안을 메운다. 돛대기 시장 바닥을 연상케 한다. 시장은 향취나 있지 이곳엔 피 냄새만 있다. 방금 저 세상으로 간 사람의 얼굴을 흰 천으로 덮어 베드에 실려 나간다. 베드를 따라가는 가족들의 통곡소리가 멀어져 가면 생의 허무함이 복도에 깔린다. 밤이 깊으면 보호자는 환자 옆에서 새우처럼 몸을 접기도 하고 몇 사람은 수납실 앞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티비를 하염없이 보는 사람, 몸을 뒤로 젖히고 쪽잠을 자는 사람, 신문이나 잡지를 펴든 사람, 얇은 담요로 무릎을 덮은 사람 할 것 없이 가지가지다. 응급실의 풍경과 시름의 표정들이 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곳이 응급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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