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전북의 미래를 묻는다
​​​​​​​자치전북의 미래를 묻는다
  • 전주일보
  • 승인 2019.07.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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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칼럼
이 현 재 /논설위원
이 현 재 /논설위원

아니나 다를까. 온갖 치적과 장밋빛 청사진이 난무했다. 도내 자치단체장들이 다투어 내놓은 민선 71주년 성과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삶의 현장에선 자치전북 4반세기를 되묻는 소리가 배음(倍音)으로 증폭돼 터져 나오고 있다. 자치권을 위임한 대표들에게서 해답을 찾지 못한 도민들은 급기야 지방자치 무용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도민들과 자치전북의 대표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괴리를 보면서 일본 엘리트의 산실인 도쿄대 식 화법을 돌아보게 된다.

일본의 작가 야스토미 아유미는 최근의 저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를 통해 그럴싸한 말로 진실을 호도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흐리는 엘리트들의 입장주의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진실을 흐리는 도쿄대 식 화법

자치전북의 대표들이 늘어놓는 치적을 도쿄대 식 화법으로 해석한다면 엉뚱한 발상일까. 배정한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는 사료와 기록이 남아돌지 않은 서울시의 무분별한 도시계획을 보면서 기록 없는 도시를 역사로 수식하는 건 오만한 과장이거나 열등감의 포장이다고 진단했다.

기록성과’, ‘도시자치’, ‘역사말의 성찬으로 환치하면 실체 없는 성과들을 분식하고 위장하는 자치전북 대표들의 심리를 읽게 된다.

도민들이 제기하는 자치 무용론은 과연 근거 없는 폄하일까. 과거로부터 유토피아를 찾는 것은 연목구어에 다름아니다. 자치를 포기하고 중앙집권으로 회귀한다면 쌀을 팔아 겨를 사는 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작업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다. ‘심판론인물부재론이 발아되는 지점이다.

공정한 심판을 위해 역사연구의 원칙을 사실을 사실대로라고 한 마디로 요약한 랑케의 경구를 따라 자치전북 25의 좌표를 확인하는 팩트 체크에 나서 보자.

통계는 진실과 사실의 압축이다. 통계는 관성적 삶과 사고에 젖어 마비된 우리의 의식을 일깨운다. 통계를 알면 자치전북의 좌표를 이해하고 미래를 향한 의지를 가다듬을 수 있다. 나아가 개혁을 위한 의식도 발아시킬 수 있다.

수백 종에 이르는 모든 수치를 다 들여다보는 과잉 수고는 필요 없다. 두 가지면 충분하다. 소득부문과 인구부문이다. 성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준 시점도 중요하다. 고정된 시점의 현실을 투사하는 스톡(stock)은 물론이고 플로우(flow) 분석을 통해 일정 기간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역소멸로 치닫는 자치전북

민선 1기가 시작된 1995년부터 시작된 자치전북 4반세기를 통계의 거울에 비추어보자. 인구 부문은 삶의 모든 환경을 망라하는 축약판이다.

1995년부터 20196월까지 전국 인구는 13.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북의 인구는 9.7% 감소했다. 그 결과 전북의 인구 비중은 4.4%에서 3.2%로 축소됐다.

연령대별로 따져보는 인구의 질적 변화는 더욱 악성적이다. 25~292.83%, 30~342.75%, 35~392.92% 등 경제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25~39세 인구가 5세별로 모두 2%대로 추락해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가임여성 인구의 급감이다. 출산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전북의 20~39세 여성인구가 198.897명으로 전국 6737,584명의 2.95%에 불과하다. 그 결과는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소멸이다. 전국 소멸 위험지역 80개 시군구에 전주·군산·익산·완주를 제외한 10개 시군이 포함돼 있다.

읍면동 단위로 살펴보면 위기의식은 더욱 팽배해진다.

전북 241개 읍면동 중 온전한 곳은 전주 17, 군산 3, 익산 6, 정읍 1, 남원 1, 완주 2곳 등 30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211개 읍면동 중 무려 101곳이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75곳은 소멸 위험지역, 35곳은 쇠퇴 시작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북의 인구가 왜 감소했느냐는 질문은 사족이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전북을 빠져나간 순유출 인구가 군산시 인구를 웃도는 279,147명에 이른다.

인구유출은 지역의 낙후도를 반영한다. 지역개발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지역내총생산(GRDP)2017년 기준으로 전국의 2.8%에 불과하다. 이를 인구 비중 3.6%에 대입하면 전북의 1인당 GRDP는 전국 평균의 77.8%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故 이호종 군수의 세 마디 물음

악화할 대로 악화해 있는 지표들은 인물 부재론으로 이어진다. 전북사회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인물이 없다는 말들이다. 정치 · 경제 · 법조 · 언론 등 한국사회 곳곳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해방 1세대들의 생물학적 수명이 다한 후 그 뒤를 잇는 후속세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탄식이다. ‘인물 부재론의 뒤편에선 전북도민은 인물을 키울 줄 모른다는 자성의 소리도 높다.

인물 부재론은 필연적으로 누가 인물인가를 묻게 된다. 고 이호종 전 고창군수가 그 물음을 세 마디로 정리한다.

민정당에 몸담은 탓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고도 다방과 당구장에 몰려 있는 지역의 청년실업자들을 상기하며 새벽같이 비를 들고 핵심 실세의 집을 찾아 며칠이고 대문 앞을 쓸었다.

그 수모 끝에 고창 직업훈련원을 유치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치무대를 지방자치로 돌려 군수에 당선한 뒤엔 수십 개의 공모사업을 유치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확보한 군정은 지금까지 한국 지방 자치사에 전무후무한 신화로 회자되고 있다.

그가 자치전북의 대표들을 향해 묻는다. 고향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헌신할 태세가 돼 있는가? 고향 발전을 위해 지치지 않고 뿜어낼 불같은 열정은 있는가? 성과를 이끌어낼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가?

그 세 마디 물음에 제대로 응답하는 사람이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찾아내고 키워내는 것만이 기로에 선 자치전북의 방향타를 올바르게 잡는 길이다./이현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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