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종교에 관한 상념
법과 종교에 관한 상념
  • 전주일보
  • 승인 2019.07.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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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필 훈/전주비전대학교 교수
옥 필 훈/전주비전대학교 교수

최근 서울 소재 강남교회는 정관변경을 위한 공동의회 결의에 대한 무효소송이 제기되어 원심을 그대로 인정하여 종래 재적교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정관변경과 교단탈퇴가 가능하다는 법리가 이제는 무력화되었고 3,000여 명의 재적교인이라고 할지라도 300여 명이 공동의회에 출석하여 150명의 찬성으로 정관변경이나 교단탈퇴가 가능하도록 법적 태도를 바꾼 것이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9다212433). 이는 민법 제42조 제1항 단서규정 ‘정수에 관하여 정관에 다른 규정’에 따른 것이다. 

독일의 법철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은 1872년 『권리를 위한 투쟁(Der Kampf uns Recht)』란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인간의 실존조건으로서의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에 의하여 비로소 쟁취되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명언이다.

그러나 법은 권리지향적일지 평화지향적일지 의문에 잠길 때가 있다. 개인, 가족, 단체,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당사자의 권리는 사전에 담보하며 평화지향적이야 한다. 그렇다면 법은 권리지향적이지만 결국 평화지향적이어야 할 것이다.

고대와 중세에는 초월의 세계에서 객관적으로 항존하는 완전무결한 법이념을 형성하려고 하였고, 근대에는 각자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본적 권리에 기초하였으며, 현대에는 그 사회, 민족, 그 사건에만 특유한 실질적 정의를 찾음으로써 인정되는 기본적 질서의 관념으로 법을 형성하였다.

인간의 이성의 작용에 의하여 형성된 법은 목적 지향적이다. 모든 개인은 평균적 정의에 입각하여 평등하게 존중되어, 단체 특히 국가는 개인의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고, 또한 단체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배분적 정의에 입각하여 단체를 가치의 궁극적인 기존으로 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 법의 내용을 문화하고 보아 개인과 단체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법을 형성하는 가치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L.Tolstoi)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사랑없이 권리의무관계로 규정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법률가의 죄악이라고 하였고, 독일의 법철학자인 라드브르흐(Radbruch)는 법률가는 미묘한 빛깔의 영롱한 세계상을 오직 무지개의 일곱색으로만 바라본 것을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하였다. 

종교란 ‘인간이 신의 존재 등 초인적인 것(Superme Being)을 신봉하고 그것에 귀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헌법 제20조 제1항)라 함은 자기가 원하는 종교를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신봉할 자유를 의미한다.

종교의 자유는 개인의 내심의 작용인 신앙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개인의 내심에만 머물러 있는 한 외부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다. 중세는 법학이 신학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근세는 법은 국가법을 의미하고 교회법은 종교내부에서만 적용되는 자치법으로서의 효력을 의미하였으며, 현대에는 국가와 교회가 밀접하게 관계하면서 교회법이 적용되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법에 대한 신학적 이해, 즉 법신학의 역사는 1913년 라파포르트(M.W. Rapaprt)가 ‘종교적 법리론’이란 뜻으로 처음 사용한 전문용어라고 한다. 다만 법신학이라는 분야가 독립적인 학문분야로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루터주의 직분논의에서 비롯되었다.

교회법학자인 루돌프 조옴(Rudolf Sohm)은 “교회법은 교회의 본질과 모순된다”고 하여 교회의 본질은 영적인 것이고, 법의 본질은 세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오늘날의 조옴의 이론은 법학적으로 조움의 발상을 능가하여 형식적으로는 법신학적 방법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고,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신법을 인정함으로써 법의 질적인 이원성을 긍정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교회의 정관제정과 변경 등에 대하여 많은 고민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법률활동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을 전제한 것이고, 또한 교회도 다른 모든 인간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그 본질상 교회법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의 구성원들의 실정법이라고 볼 수 있어 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규율한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그 본질상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인간과 신적인 관계를 세워가는 영적 공동체에 관한 부분이므로 교회의 실정법을 설립하게 하는 초자연적인 권리와 의무를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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