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倭寇), 왜국(倭國) 그리고 아베
왜구(倭寇), 왜국(倭國) 그리고 아베
  • 전주일보
  • 승인 2019.07.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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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김 규 원 / 편집고문

참으로 질긴 악연(惡緣)이다. 삼국시대부터, 아니면 그 이전부터 작고 악착같은 섬나라 인간들은 우리를 괴롭혔다. 저희끼리 싸우고 죽여가며 살면 좋으련만 틈만 보이면 배를 타고 쳐들어와 우리 것을 훔치고 사람을 죽이거나 납치해갔다.

해양국가 백제가 강성하던 시절에는 백제에 복속하여 문물을 받아들고 제도를 정립하여 왕조의 기틀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륙에서 전해오는 새로운 문물을 만나는 통로였던 한반도를 향한 그들의 집착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조선왕조 초기에는 왜구들의 본거지인 대마도를 정벌하여 복속시키기도 했으나, 주자학에 눈먼 왕조는 하늘 같은 중국만 바라보며 새로운 문물을 외면했다. 그러다가 전쟁광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침략을 받아 왕이 압록강을 건너 도망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조선왕조는 여전히 주자학에 목매어 세상 밖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내부가 안정되면 조선 침략을 시작했다. 군부의 힘을 주체할 수 없던 그들은 가까운 한반도에 군대를 보내서 전쟁을 통해 잉여 전투력을 해소했다. 그런데도 주자학을 정치철학으로 삼아 군왕을 조종하여 권력을 쥐고 흔드는 재미에 만족한 영남 사림(士林)은 백성이야 죽건 말건 오로지 왕을 쥐고 흔드는 일에 몰두했다.

이미 서양의 조총을 들여와 조선 침략에 특효를 본 왜국은 끊임없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메이지 시대(明治維新)에 이르러서는 서양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는다. 정국이 안정되자 그들은 아직도 호학공맹(好學孔孟)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조선왕조를 강압으로 병합하고 독일 이탈리아와 손을 잡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악()의 한 축을 담당한다.

동남아를 손아귀에 넣어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마침내 미국까지 넘보다가 원자폭탄의 뜨거운 맛을 보고 항복했다. 패전국 일본은 온갖 수단을 다하여 진주한 미군의 비위를 맞추는 데 성공하여 패전국의 불리한 요소들을 털어내고 되레 미국의 기술을 들여와 경제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

숱한 전범들이 처벌받지 않았고 상징적 주범인 천황도 자리를 유지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1급 전범인데도 다른 전범들이 처형당하기 전날 갑자기 석방되어 나중에 총리를 지내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아베의 집안은 미국과 뒷거래(?)를 해야 산다는 생존 법칙을 깨달아 오늘까지 미국의 비위를 잘 맞추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베의 고조부인 오시마 요시마사는 동학농민혁명을 구실로 들어온 일본군대의 지휘관으로 민비 시해를 주도하고 고종을 체포했으며, 농민군을 학살한 주범이다. 또 아베의 증조부인 아베 노부유키는 일본 항복 전에 조선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자로, “우리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조선은 문명을 회복하지 못하고 서로 이간질하며 싸우는 노예적 삶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중략-나 아베는 반드시 돌아온다.”라며 조선을 떠난 인물이다.

아베 노부유키가 1944년에 조선 총독으로 부임하여 자행한 악질적인 수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조선 청년을 전쟁 총알받이로 끌어가고 남편과 아버지를 징용으로 끌어갔다. 전쟁물자로 식기인 놋그릇을 징발하는가 하면 식량까지 모두 긁어 가져가고 여인들을 정신대로 끌어간 짓도 그의 소행이다.

아베의 혈관에는 조선 침략의 DNA와 조선을 우습게 아는 사상적 대물림이 크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아베의 머릿속에는 제 증조부의 말이 새겨져 있기에 우리를 무시하고 고분고분하던 정권과 달리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는 정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한국경제에 치명적 약점인 반도체 생산 자재를 한국에 팔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필자는 칼럼을 통하여 일본을 경계하고 일본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걱정했었다. 특히 다시 전쟁 가능 국가로 헌법을 개정하여 미국의 묵인하에 한반도와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본의 재무장 구도를 염려했다. 젊은이들이 일본의 속내를 알지 못하고 일본이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다는 등의 일본 자본 종편방송을 믿고 일본에 쏟아져 들어가는 걸 경계하고 우려했다.

결코, 믿을 수 없는 나라이고 가장 우리에게 적대적인 나라가 일본인 데다, 조선 침략의 선봉장이었던 자들의 고손자이고 증손자인 아베가 집권하고 있는 일본은 더욱 위험한 나라이다. 일본은 일반 국민과 정치집단의 생각이 판이한 나라이다. 국민이 아무리 친절하고 좋아 보여도 정치권에서 방향을 정하면 그대로 따라가는 그들이다.

정치권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손짓하면 무조건 따르는 국민이 그들이므로 개개인의 성향은 국가 정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의 보수 자유민주당이 전후에 계속 집권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하면 1592년 임진란에 한국에 쳐들어온 그들이나 1894년 경복궁에 침입하여 고종을 체포하고 협박한 그들이나, 오늘의 아베는 같은 집단이고 같은 생각으로 한국을 넘보는 인물들이다. 그걸 생각한다면 오늘 일본이 하는 짓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태도여야 하는지 짐작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도 손을 잡을 수 있지만, 일본과는 함께 갈 수 없다. 그들은 전에도, 오늘도, 내일에도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하이에나 무리일 뿐이다. 더구나 우리보다 앞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경제력 4위의 위험한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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