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 규제를 보며
일본의 수출 규제를 보며
  • 전주일보
  • 승인 2019.06.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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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이 드디어 독사 같은 근성을 드러냈다. 한국 수출의 대종을 이루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한국에 팔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수정해 TV·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총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7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오늘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동시에 첨단재료 등의 수출에 관해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고 있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산케이는 보도했다. ‘화이트 국가제도는 군사 목적 등으로 전용할 수 있는 첨단재료를 수출할 때 미국 등 우호 국가 27개국에 대하여는 수출허가를 면제하는 제도로 한국은 2004년부터 적용했던 제도다.

수출금지와 수출허가를 받도록 일본 정부가 규제하는 품목들은 삼성 · LG 등 우리 기업들이 제조하는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재료 품목으로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한 마디로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속셈이다.

이같은 조치는 한국대법원이 작년 10월부터 징용 피해자들이 배치됐던 일본 제철(구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며 한국 정부에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국 기업의 수출 물량 급감을 감수하면서 수출금지를 들고 나왔다.

일본의 아베수상은 지난 28~29일간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정상과는 회담도 하지 않고 이런 조치로 경제보복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1965년 일본군 출신 박정희가 무조건 항복하듯이 단돈 2억 달러에 팔아버린 한일회담에서 모든 청구권을 매듭진 것이라는 일본의 주장이다. 일본 제철과 미쓰비시에서 강제징용 살이를 한 이들의 임금을 내놓지 않겠다는 배짱이다.

일본에 충성하겠다고 혈서를 써서 일본군에 들어갔던 박정희가 탱크와 군대를 동원하여 국민주권을 탈취했던 시절에 그 충성을 바치느라 맺었던 한일청구권 협정은 당연히 무효이어야 한다. 도둑이 집에 들어와 주인을 총칼로 협박하여 주인행세를 하며 주인이 받을 채권의 1/100만 받고 채권을 다 갚은 것으로 했다면 그 일이 정당한 일인가?

박정희 주권 강탈범이 내렸던 긴급조치와 관련한 수형자(受刑者)들이 최근에 법원을 통해 낸 재심청구에서 모두 무죄로 판명이 나는 일처럼 박정희가 제멋대로 맺은 청구권 협정도 사실상 권한 없는 자가 저지른 범죄의 일부일 뿐 그 효력이 없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박정희가 저지른 범죄를 되돌아보고 국가 차원에서 그 무효를 선언하는 절차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그들이 행한 모든 조치가 무효이듯, 일본의 앞잡이 박정희가 국권을 강탈하여 저지른 온갖 못된 조치와 법, 일본과의 협정은 무효이어야 옳다는 말이다.

해방공간에서 미군정을 거쳐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오늘까지 그들의 후손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박정희의 국권강탈 이후의 잔재도 청산해야 한다. 그의 추종자들은 국가경제개발을 빌미로 온갖 부정을 저질러 부를 축적하고 투기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형성했다. 별을 달았던 군인들이 대형 건설사를 만들고 기업을 만들어 국가 이름으로 주는 온갖 특혜를 누려 부자가 되었다.

정치판은 아직도 박정희의 딸이 옥중에서 까닥거리는 손가락에 놀아나고 그 아래서 영화를 누리던 자들과 자손들이 만든 정당이 국회를 뒤흔들어 없느니만 못한 민의의 전당이 되었다. 그들이 만든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바지 대통령이었고 최태민의 딸이 나라를 주물럭거렸다. 그래도 그들 가운데 누구 하나 나서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박근혜가 죄없이 정치보복을 당한다고 호소한다. 물론 그들 누구도 잘못한 사람이 없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잘못이 아니었으므로. 그 시절에는 대통령이라는 자의 눈에 들면 남의 마누라이든, 누구든 불러서 맘대로 유린해도 문제가 안 되는 시대였으므로.

그런 뒤죽박죽의 시대가 청산되지 않았기에 오늘 일본이 오만방자하게 수출제한이라는 수단으로 적반하장의 협박을 하는 것이다. 진즉에 그 시대를 조명하고 청산했더라면 일본도 청구권 협정을 뇌까리며 징용자 배상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는 정식으로 사과했던 그들이 한국에만은 절대 사과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속셈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친일세력과 박정희 향수에 젖은 국민이 상당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국회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친일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일본이 수출을 막아서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든 보수세력이 힘을 얻고 집권해야 일본의 말을 잘 듣고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지도 모른다. 반성하지 않는 집단, 국민보다는 대결과 불안을 조성하여 권력을 잡거나 유지하려는 속성이 같은 집단을 돕는 일본의 수출금지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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