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자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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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9.06.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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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6월에도 국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의원들은 꼬박꼬박 세비와 업무추진비, 의정활동비를 어김없이 다 받아갔다. 어떤 이들은 그 뻔뻔한 자들의 명칭을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개()의원이라고 불렀다. 맨날 빈둥빈둥 놀면서 세끼 밥은 다 먹고 공연한 사람을 보고 짖어대거나 으르렁거리는 행동이 개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개는 집에 낯선 사람이 오면 짖어서 주인에게 알리는 역할이라도 한다. 하지만, 일부 못된 국개의원들은 낯선 사람이 왔을 때 짖는 게 아니라, 터무니없는 막말을 돌아가며 짖는다. 말이 아니라 그냥 시끄럽게 짖는 데에 만족한다. 그렇게 짖으면 그들 사이에서 곧 스타 대접을 받으니 너도나도 한밤중이든 대낮이든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어디서나 기회만 닿으면 짖는다.

올해 절반이 다 지나가는데 국회가 열린 건 딱 3번이다. 열린 날 수를 다 합해야 한 달이 될까 말까 한다. 그나마 입법을 위한 개원일은 단 3일이다. 그만큼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다는 뜻이다. 지금 국회는 국회법을 어기고 있다. 국회법에 규정된 임시국회 소집일을 넘겼다. 국회는 두 달째 공전하고 있다. 이건 심각한 직무유기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을 어기면 처벌하는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법만 있고 처벌조항은 없다. 그러니 제멋대로 한다.

국회법 52항은 국회의 연중 상시 운영을 위해 매년 2월과 4, 61일 및 816일에 임시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쟁으로 인해 주요 국정 현안과 민생관련법이 미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그런데도 국회법 따위는 안중에 없이 버티기로 일관한다. 요즘 시쳇말로 배째라로 버티는 그들의 속셈은 따로 있어 보인다.

어떻게든 정부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게 제1야당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국회를 못 열게 막아서 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해야 짖을 꺼리가 생기고 그것을 선거 때에 활용할 심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짓은 국회의원이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허구한 날 생떼나 쓰고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서 떠드는 걸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467,000억 원의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5월에 추경예산을 심의해서 확정했어야 맞다. 이번 추경예산은 정부가 GDP 1%를 올리고 강원도 산불 재해 지역에 대한 지원에 필요한 긴급예산이 포함되어 처리가 시급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잘 알면서도 자유한국당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법과 정치개혁법안 검경수사권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취소하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국회에 나가겠다는 황당한 요구를 하며 버틴다.

국회 여야 4당이 합의하여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들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처리한 사안이다. 1야당의 입맛에 맞고 안 맞고에 따라 취소하거나 번복할 수 없는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처리인데도 이를 취소하라는 요구는 그야말로 웃기는짓이다. 안하무인이고 어불성설의 억지 주장일 뿐이다. 민생을 볼모로 자당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억지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지난날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여 정권을 옹호하는 행동대였고 거수기에 불과했다. 정권은 그들을 이용하면서 당근으로 세비를 올려주고 보좌관을 늘려주어 기분을 맞추었다. 독재정권이 무슨 짓을 해도 옳소였고 국민을 억압하는 법률에도 토를 달지 않았다. 국회가 스스로 국회이기를 포기했다.

그렇게 세월이 갈수록 국회의원의 특권이 늘고 비대해진 국회 권력은 국민의 뜻 정도는 맘대로 깔아뭉개면서 제 뱃속채우기에 바빴다. 독재가 종식되자 국회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독재자가 없으니 국회의 힘이 더 강해져서 멋대로 세비를 올려도 누가 간섭하지 못했고, 보좌관 수도 자꾸만 늘었다. 무슨 짓을 해도 제 식구 감싸기로 싸고돌아 국회의원은 진짜 철밥통이 되었다.

대통령도 잘못하면 탄핵절차를 밟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소환제를 두어서 주민들이 소환할 수 있고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가 있지만, 국회의원은 어떤 방법으로도 파면할 수 없다. 주민소환제도를 만들면서 자신들을 소환하지 못하도록 아예 소환대상에서 제외했다. 수십 가지의 특전을 누리며 6명의 보좌관을 두어 사병처럼 부리는 봉급도 나랏돈으로 준다. 그야말로 온갖 좋은 것을 다 누리면서 일은 하지 않는 이런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국회법도 있으나 마나 하고,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당연한 논리도 그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만판 놀기만 하면서 나랏돈으로 해외여행이나 다니며 시시덕거려도 세비와 온갖 수당은 다 받아 챙기는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적폐다. 온갖 막말을 다 쏟아내도 정치 활동의 일부라고 감싸는 자들이다.

법이고 뭐고 맘대로, 입맛대로 국회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그동안 시행해본 폐단이 드러났으니 고쳐야 한다. 이번에는 한국당에서 경제청문회를 하는 것을 국회 개원 조건으로 내놨다고 한다. 경제청문회를 열어서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발상에 여당은 의미 없는 헐뜯기라고 반대한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시끄럽게 하는 게 아니라 밀린 법안과 추경안을 처리하는 일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엉터리 국회법 개정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국회해산 국민투표를 약속하는 정당과 후보에게만 투표하기로 국민이 뜻을 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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