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대한민국 공동체인가
전북은 대한민국 공동체인가
  • 전주일보
  • 승인 2019.06.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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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칼럼
이 현 재/논설위원
이 현 재/논설위원

정부 수립 70,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했다. 경제로 말할 것 같으면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16556800만 달러로 세계 11위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GNI) 또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26개국 가운데 7번째로 3만 달러를 돌파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정치적으로도 절차적 민주화를 완수했다. 19876월 민주항쟁으로 군사독재정권을 종식시킨 데 이어 지방자치제를 실시했고, 평화적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촛불혁명으로 부정한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전북도민은 정치적·경제적 선진화를 추동하는 데 주어진 몫을 다했다. 반독재의 전초기지가 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고, 경제개발 과정에서 어느 지역보다 큰 희생을 감수했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 사회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 성장, 후 분배라는 역대 정권의 달콤한 파이론을 믿고 고통을 감내했지만 돌아온 것은 반에 반 토막 난 인구 비중, 고착된 낙후, 정치적 위상 추락 등 이지러진 자화상뿐이다.

 

소수지대, 낙후지대, 변방지대

 

인구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한민국 국민은 해방 후 2.5배나 늘었다.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인구 총조사에서 2000만 명을 갓 넘겼던 우리나라 인구는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5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북의 인구 규모는 생존의 길을 떠나는 대량 이주로 인해 오히려 크게 줄었다.

인구 비중의 추락은 수도권 비대화에 따른 지방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감소한 절대 인구는 낙후 정도의 심각성을 웅변한다.

1949년 전북의 인구 비중은 전국의 10.1%. 이것이 지금은 3.5%1/3토막 나버렸다. 여기에 2015년 총조사로 본 전북의 인구는 183만 명. 1949205만 명과 비교하면 22만 명 줄었고, 정점을 찍었던 1966252만 명과 비교하면 무려 69만 명 감소했다.

광역시 분리 이전 당시의 도 단위 권역에서 인구 비중과 절대 인구가 동반 감소한 곳은 전국에서 전북 이외에는 한 곳도 없다.

인구감소 이면에 낙후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북을 규정짓는 강렬한 상징어 중 하나는 전국 최악의 낙후지대. 전국인구의 5%대를 점했던 80년대 ‘3% 경제라고 자탄했던 전북도민들은 인구 비중이 3.5%대로 떨어진 지금은 ‘2% 경제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니 소득은 맨 밑바닥에 곤두박질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경제·산업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북도민의 1인당 GNI2,455만 원으로 전국평균 3,366만 원의 72.9%에 그쳤다. 이는 통계에서 누락된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다.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면 실상은 더욱 참담하다. 전국 1위인 울산 5, 033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8%에 불과하다.

인구가 급감하고 경제가 낙후되다 보니 전북은 정치력 면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해방공간과 정부 수립 초기 전북은 민주화 세력의 본산이었다. 전라도의 수부(首部)라는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민당과 민국당 창당의 주축이 돼 걸출한 정치인을 간단없이 배출하며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그러던 전북의 정치력은 박정희 집권과 함께 급격히 축소돼 변방으로 밀려나 버렸다. 전국의 10%대에 이르렀던 제헌국회 선거인 수는 20대 총선에 즈음해선 3.6%로 졸아들었고 총 200석의 11%, 22석으로 출발했던 지역구 수는 4%에 불과한 10석으로 토막 났다.

정치적 영향력이 유명무실해지다 보니 낙후의 시계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역대 정권의 지역 총생산(GRDP) 증감 추이는 민주화 이후에도, 호남 정권 아래서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낙후전북의 고착화를 웅변한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25년 영남 군사정권이 종식된 1987년 전북의 1인당 GRDP는 전국 평균의 68%였다. 이것이 집권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노태우 정권 72.5%, 김영삼 정권 83.3%, 김대중 정권 77.0%, 노무현 정권 78.0%의 사이클을 그린 후 이명박 정권 이듬해인 201483.6%를 기록했다.

 

전북은 내부식민지인가

 

전북의 현실은 하나의 화두를 떠올리게 한다. 개발경제학에서 다루는 종속이론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종속이다.

칠레대학 교수를 역임한 도스 산토스에 따르면 종속이란 어느 한 나라의 국민경제가 그 국가와 관계하고 있는 국가의 경제 발전 및 팽창에 의해 조건 지워지는 상황이다. 국가를 지역으로 바꾸면 종속은 곧 전북의 적나라한 실상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다.

미시간 주립대학 등의 강단에 섰던 프랭크 교수는 이를 중심부와 위성의 구조로 설명한다. 이들을 종합하면 전주와 전북은 자립과 팽창이 가능한 중심부의 상황에 따라 삶의 환경이 달라지는 주변부의 위성, 내부식민지일 뿐이다.

굳이 종속과 내부식민지를 들먹일 필요 없이 모든 정황상 전북의 독자적인 탈 낙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대기업은 투자를 기피하고, 5년마다 들어서는 정권은 주요 정책 결정에서 전북을 밀어내고 있다.

대안 없는 현실은 절망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앞이 안 보인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혹독한 경쟁 사회의 현실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각성된 의식으로 새 지평을 향해 나가는 의지를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의식의 재무장을 통해 인재를 기르고, 자치 역량을 함양하고,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면서 하루 속히 미래를 향해 첫걸음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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