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잔재 지우기
일제 잔재 지우기
  • 김규원
  • 승인 2019.06.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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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김 규 원 / 편집고문

6월 들어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예보다. 폴란드 유람선 사고로 모두의 마음이 안타깝고 아픈데, 공당의 대변인이라는 자가 골든타임 3을 들먹이며 사고현장의 시신 수습인력파견에 딴지를 걸어 또 한 번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거기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정은이 숙청을 단행한 일을 두고 문 대통령보다 낫다.’라는 막말을 내놓았다.

말이라고 할 수 없는 소리를 씨부렁거리는 그들이 제1야당으로 국회를 차지하고 모든 입법 활동을 막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헛갈린다. 그런 행동을 정치라고 생각하는 수준 이하의 행동을 해도 20% 중반대의 지지율이 있다는 건 도저히 이해 부득이다. 어쩌면 그들은 그런 충성스런 지지를 믿고 아무 말이나 뱉어내는 게 아닌가 한다.

생각해보면 자유한국당의 뿌리는 이승만 독재 시대의 자유당이 아닌가 싶다. 친일파들이 미군정에 붙어서 중요 부서를 장악하다가 이승만이 집권하면서 여당인 자유당이 되었고 그들이 박정희 시대에 공화당이 되고, 다시 민정당으로, 한나라당을 거쳐 오늘의 자유한국당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보면 근본적 뿌리는 일제에 협력하여 요직을 차지하고 민족을 사지로 몰아넣는 일을 주도한 친일파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전주시 동산동의 동명을 바꾸기 위해 지역 여론을 조사했더니 90%가 바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산동이라는 이름이 일본의 전범 기업 미쓰비시 창업주의 이름인 東山을 기리는 뜻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3.1독립만세 100주년을 맞아 개정하려는 일에 대부분 주민이 찬성의견을 냈다고 본다.

전라북도 내의 여러 학교 교가도 친일파나 친일 행적의 인물이 작사 작곡한 것은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덕진 공원에 있는 김해강 시인의 시비도 철거하고 김성수나 서정주 등 친일 인사들의 이름을 붙인 거리명칭도 모두 바꾸는 계획도 있다. 친일 인사들의 명예를 현양하고 칭송하는 모든 것은 당연히 정리되어야 한다.

이런 청산작업은 일찍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모두 정리되어 있어야 했다. 지난날, 군정이 끝나고 이승만 정부가 들어섰을 때, 반민족행위조사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친일 인물들을 조사하고 체포하기 시작하던 그때에 모두 처벌하고 청산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승만이 국회가 설치한 만민특위를 경찰에 지시하여 습격하고 끝내 해체하게 하여 식민잔재 청산을 막았다.

여당인 자유당 내 대부분이 친일세력이었고 장택상을 비롯한 경찰 수뇌도 일제의 주구였던 순사 출신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면 수하들이 모두 궁지에 몰리고 자신의 정치기반이 무너질 것을 염려했다. 친일세력과 자유당은 이승만 독재의 앞잡이가 되어 ‘45입 사건‘3.15 부정선거등 이승만 독재를 강화하는 충성을 하다가 ‘4.19 학생혁명을 불러와 이승만을 하야하게 했다.

4.19 혁명으로 집권한 장면 총리의 민주당 정부가 혼란을 추스르고 새로운 경제개발을 서두르고 있을 때, 일본군 출신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탱크로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를 시작하면서 끌어들인 세력이 자유당 잔재였다. 김종필이 자유당과 군 출신 인물을 끌어모아 만든 정당이 공화당이다. 당시 공화당은 지방행정에까지 깊이 간여하면서 일선 시군의 예산과 인사문제까지 간여할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하여 독재가 이어졌고 노태우 · 김영삼 시대에 이르러 민주화가 시작될 때, 해산했던 공화당을 중심으로 민정당이 만들어졌고 그 민정당이 한나라당으로 박근혜 정권의 주축이 되었다. 그리고 박근혜가 몰락하자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렇게 줄기를 더듬어보면 왜 지금까지 친일 청산이 되지 않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미 군정 이후 74년이 지나는 동안 친일세력은 항상 권력의 중심에 있었고 김대중 ·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면서도 오랫동안 깊이 뿌리박힌 그들의 세력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다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부패와 사회 부조리를 척결하려고 애를 쓰지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들의 세력이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어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난번 한미정상 통화 내력을 국회 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흘린 일도 외교부 내에 형성된 세력과의 내통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와 법원, 검찰, 경찰, 국정원 등 모든 중요 부서에 그들의 세력은 막강하다.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이 친일잔당의 촉수에 모두 걸리고 모든 사안이 그들의 정보망에 걸리는 사유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된다.

요약하면, 친일잔재를 근본적으로 청산하는 길은 지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친일잔재들이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더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적반하장을 일삼는 집단을 철저히 가려내야 나라가 안정되고 국회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하여 직 · 간접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철저하게 옥석을 가려내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이다.

지역 명칭과 도로명, 교가를 고치는 것으로 친일잔재 청산은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힘을 갖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마음에서 잘못된 역사와 오염된 인식을 걷어낼 때 비로소 100년 전의 3.1 독립운동은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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