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 저린 독재자의 후예?
제 발 저린 독재자의 후예?
  • 전주일보
  • 승인 2019.05.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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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발행인
신영배/발행인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에서 여러 반응과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황 대표는 인천 자유공원을 찾아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한 뒤 “이 정부가 저희들을 독재자의 후예라고 하고 있다. 진짜 독재자의 후예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아닌가. 세계에서 가장 악한 세습 독재자 아닌가”라며 “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김정은에게 정말 독재자의 진짜 후예라고 말해 달라.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손으로 지지자들을 가리키며) 지금 대변인 짓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이게 말이 되나. 황당해서 제가 대꾸를 안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을 지칭해 ‘독재자의 후손’이라는 지칭한 적이 없다. 이날 문 대통령의 말은  5.18의 의미를 다르게 보는 무리들에게 경계한 말이었다. 방송을 통해 5.18기념식을 보거나 들은 국민들이라면 모두가 증인이다. 대통령의 말은 아직도 5.18을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유가족을 비난하는 등의 사례를 더는 계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에서는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우리가 왜 독재자의 후예냐”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나서는 걸 보면 정말 그들이 독재자의 후손이 아닌가는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김순례, 이종명, 김진태 등의 자유한국당 의원의 5.18 망언에 형식적인 징계만 하고 말았던 것처럼, 아예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하고 여전히 북한군이 개입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고백한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자면, ‘자유한국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 된다. 지난날 자유한국당의 전신이랄 수 있는 민정당 시절에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되고 국가 차원에서 유족 및 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결정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사실마저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세계에서 온 사람들인지 매우 궁금하다.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자유한국당은 무엇이든 반대만 하고 정부를 물어뜯으면 야당의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이런 짓을 하기에 청와대 게시판에 자유한국당을 해산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시작돼 무려 170만 명이 동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갈 눈치를 보이다가 요즘들어서는 주춤하고 있는 것 같다.  미래당의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은 동국대학교 토크 버스킹에서 “다른 당과 연대를 꾀할 것이냐?”는 질문에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한국당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묘한 말을 했다. 결국 막말을 일삼는 자유한국당의 극우적 성향에 동참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 대목이다.

황 대표와 한국당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닌 이상 발끈해야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대통령에게 험담을 늘어놓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 대변인이 모두 나서서 대통령과 여권을 비난하고 갖은 험담을 늘어놓으며 독재자의 후예라고 자백(?)하는 모습에서 한국당의 미래는 없을 것 같다. 

한국당은 지금 ‘자충수’를 두고 있다. 자충수란 바둑에서 상대방과 수 싸움을 하면서 상대방의 수를 줄여야 이길 수 있는데도, 반대로 내 수를 메우는 일을 말한다. 상대방의 수를 줄이는 생각과 계산에 온 힘을 다해도 부족한 판에 내 수를 메꾸는 어리석은 짓을 하면 결과는 필패(必敗)다.

건전한 야당이 존재해야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 잡힌 정책을 펼칠수 있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허구헌 날 트집이고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서 국회 본연의 기능은 나 몰라라 하는 짓은 더 이상은 안 된다.

오죽하면 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나왔을까. 그럼에도 한국당은 해산청원이 100만을 넘어서자 반성하기는커녕 해외사이트에서 조작한 것이라는 등 의미를 축소하려는 데만 몰두했다.

수차례 지적하지만, 우리 국민은 대단히 현명하다. 지금 한국당이 30%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한국당이 잘해서, 예뻐서가 아니다. 일부 극우 보수의 충성스런 지지와 여당의 독주를 막고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국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을 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특정지역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군소정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묵은 정치, 과거로 회귀하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정당에 희망은 없다. 지난 역사에서 100년에 해당하는 변화가 단 1년에 이뤄지는 오늘이다. 아직도 1갑자(60년) 이전의 마구잡이 정치를 그리워하고 되돌아가려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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