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분쟁에 갇힌 한국
G2 무역분쟁에 갇힌 한국
  • 전주일보
  • 승인 2019.05.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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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이 강 일/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장

미·중(G2) 무역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으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10일 오후 1시1분(현지시각 0시1분)부터 2,000억 달러(약 237조 5,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키로 하고 6월부터 단행키로 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즉시 다음달 1일부터 60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25%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은 추가로 3,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양국 모두 실제 관세 부과까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있는데 이는 그 기간 동안 협상을 벌이기 위함이다. 만약 이달 말까지 협상이 타결된다면 양국 모두 추가관세를 철회할 공산이 크다.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막판 타결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양측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 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미국과 중국을 합하면 전세계 GDP 대비 40%에 달하고, 전세계 교역량에서는 22.6%라는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G2 두 국가의 분쟁이 세계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세계 교역 여건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는 이유이다.

최근 발간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2에 대한 수출 비중이 38.9%로 대만(40.6%) 다음으로 높아 미·중간 무역분쟁 확대 시 수출액은 1조원(8억 7,000만달러)이상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의 결과로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어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0.10%(약 6억 2,000만달러) 감소가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의 성장 둔화 시, 그 영향으로 한국의 대세계 수출이 0.04% (약 2억 5,000만달러)줄어든 간접효과도 생길 것으로 추정이 된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 철강제품, 화학제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對G2 수출 비중은 38.9%인데다가 대중 무역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이 79%에 달해 G2간 무역 분쟁이 확대될 경우 한국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지연, 금융시장 불안, 유가하락 등 미·중 무역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감안하면 수출 감소분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무역도 이 전쟁에서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019년 3월 누계 기준으로 전라북도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은 1,2위 국가이며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1/3을 넘는 35.4%이다, 전북에서 수출하는 품목의 2/3는 중간재이며, 수출비중은 66.1%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전북 수출은 우리나라 수출 구조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금년도 전북 수출(1-3월 누계, 16억59백만 달러)이 전년 동기대비 15.5%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하반기를 기대했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밝게 느껴지지 않는다. 

향후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패권 경쟁의 2가지 트랙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의 목표가 단기적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다면 양국은 모두가 유리해지는 절충안을 선택하며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패권 유지를 위해 구조적 이슈까지 해소하는 데 있을 경우, 중국과 강대강 대치로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분쟁으로 즉각 반응을 보인 곳이 외환시장이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5월 14일 장중 1190원대로 올라서 2017년 1월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노딜 협상으로 끝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원화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환율에 가장 민감한 곳은 무역업체다. 환 리스크가 영업이익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소무역업체들은 환헤지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달러 변동성에 민감하다. 지금과 같은 환율 급변동기에는 무역 외환 흐름을 사전에 확정하여 수출기업의 안정적인 수익확보 및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 가입을 이용하길 바란다.  

정부는 민관기관 합동으로 품목별 시장별 수출 모니터링하고, 수출 애로 해소를 위해 기업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수출 모멘텀 유지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로 혁신 기술을 만들어 새로운 수출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틈새시장 개척, 신남방, 신북방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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