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되돌리려는 자들
역사를 되돌리려는 자들
  • 김규원
  • 승인 2019.05.19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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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김 규 원 / 편집고문

그저께가 5.18 39주년이었다.

광주에서 열린 39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여 5.18 지상규명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 규명되지 않은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극우세력이 거짓이라던 일이 연일 증언을 통해 밝혀지고 있으니 진상조사위원회도 곧 발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역사에서 5.18은 아픈 손가락처럼 언제나 잘못 건드리면 통증이 도지는 부분이다. 올해 초에 그런 5.18을 두고 일부 보수세력이 북한의 특수부대원들이 내려와 저지른 일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폄훼하는 말들이 나왔었다. 거기다 정치권이 그 엉터리 주장에 동조하면서 반감과 분노를 촉발했다.

이미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서 5.18에 대한 정의가 끝났고 국가 기념일로 정하여 추념하고 국가 보상도 마무리된 일을 들추는 목적은 무엇일까. 자유한국당의 이종명과 김순례 등은 북한군 개입설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지만원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불러 허위사실을 공론화하려 했다.

최근, 5.18 진상규명에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 권력이 재갈을 물려두었던 사람들이 전두환의 부인과 자유한국당의 북한개입설 등이 그치지 않자, 스스로 재갈을 풀고 증언을 시작했다. 전두환의 발포 명령에 관련한 증언과 당시 사망자들을 소각했다는 끔찍한 증언도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당시 사라진 사망자 수를 두고 실지 숫자가 아니라, 일반 사망자와 실종자들의 수를 부풀린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 시신들을 모두 소각하여 증거를 없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실제 당시에 관련 현장에서 근무했던 군인들의 생생한 증언은 전두환 군부의 천인공노할 만행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일이 모두 사실이었고 전두환은 정권을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광주시민들을 수없이 사살했음이 증언을 통해 점차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전두환과 그 정권강탈 세력의 일부였거나 후신인 그들이 오늘은 국회에서 세력을 이루어 나라 정치를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자유한국당은 5.18 폄훼 망언을 한 의원들을 여전히 감싸며 솜방망이 징계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려 한다.

이 나라 국민은 2016년의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정치 인식을 지니게 되었다. 국가 권력이 국민을 위하지 않고 특정세력의 입맛에 맞추어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울러 상위 1%가 모든 것을 누리는 시스템이 잘못되었고 그런 정치를 추구하는 집단을 식별하는 능력도 생겼다. 또 사회정의 확립을 위해 오랜 적폐도 청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독재 권력이 정권을 탈취한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을 치외법권 지대에서 살아온 권력지향형 인간들은 뜨거운 촛불에 놀라 스스로 제 두목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개과천선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방해하고 부인하는 일만 계속하다가 나라 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보수 언론과 합세하여 기득권세력 집결을 위해 모든 방법을 다 끌어대고 있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걱정한다면서 오로지 정부 일을 막는 걸림돌로 2년을 보냈다. 그들은 어떻게든 권력을 잡아 끼리끼리 잘사는 것이 목표이다. 친일 세력의 후손이 대부분인 그들은 일본의 강점 사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정부의 방침을 공공연히 비난한다. 그들과 그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에 이어 일본에 충성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어떻게든 북한과 대립각을 세워 나라를 전시상태에 두어 안보팔이를 계속하고 싶다. 대립 관계가 외국인 투자를 막고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따위는 안중에 없다. 오직 권력을 쥐는 일에 올인한다. 나라 꼴이나 장래가 어찌 되든 관심 없다. 그러면서 정부를 비판할 때만 애국자인 척 한다.

그들은 역사를 되돌려 지난 개발독재 시대처럼 뭐든 힘으로 밀어붙이고 힘을 가진 자에 붙어서 떡고물을 주워 먹으며 편히 살고 싶어 한다. 어려운 국민이야 죽든 살든 관심 밖이다. 힘이 정의이고 국민 따위는 선거 때에 적당히 속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5.18에 대한 그들의 시각도 그런 바탕에서 연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패한 역사, 국민을 깔아뭉개고 그 위에 그들만의 집을 지어 떵떵거리며 살던 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는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권을 몰아세워 마구잡이 정권을 세웠던 보수 언론과 추종세력의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이미 국민이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반대하기 때문이다.

반성할 줄 모르고, 심지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그들이다. 박근혜가 탄핵으로 쫓겨나 감옥에 갇힌 뒤에도 누구 하나 반성하지 않았고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되레 박근혜는 죄가 없다고 석방하라고 고함친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그런 일들이 모두 정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란을 떨고 장외에서 떠들 수 있는 건 정말 국민을 위한 일일 때 명분이 있다. 내 뱃속을 위해 아무리 광장에서 떠들어도 국민은 돌아보지 않는다. 이젠 그만 국회에 들어가 남은 임기라도 국민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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