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
등 뒤
  • 전주일보
  • 승인 2019.05.19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 뒤에 슬픈 것이 많다
감춘 것들은
용서를 모르기 때문이다
온전히 사랑하는 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등 뒤가 그늘이 져 있다
어둠이 오기 전에 촛불을 켜듯이
사랑은
한 사람의 등 뒤에서
촛불이 되어 주는 일이다
진정한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눈과 손을 뻗어
긁어주는 일이다
등 뒤에는 닿을 수 없는 슬프고 짜디짠 것들이 산다
존재의 등 뒤를 보여 주지 않는
너도 그럴 것이다
공해와 소음 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이
문득 문득 낯설고 아득해 질 때
촛불을 꺼달라고 절망의 눈빛을 보낼 것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
얼마나 두렵고 힘들까
등 뒤에 감춘 것이 많은 사람들은
간절하여라
눈은 감지만 영혼은
영원을 향해 열릴 수 있기를 바라는 그 마음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아 망망한 곳 그것이 등이다. 등 뒤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닿지 않아 마음 상하고 멀리 있어 그립다. 그리움은 등 뒤 곳곳에 꽃이 되어 핀다. 붉은 꽃, 노란 꽃, 흰꽃 할 것 없이 색색으로 향기롭다. 그늘진 곳에 피어난 꽃이 더 함초롬하고 아름답다. 세상에는 쓸쓸한 등, 외로운 등, 슬픈 등, 아픈 등이 있다. 괴로운 사람도, 고독한 사람도, 힘든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자신의 삶을 등에 지고 견디며 살아간다. 그게 인생이다.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싶을 때가 있다. 슬픔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한 사람의 등을 본 것이다. 등을 보이며 멀어져가는 사람의 등을 바라보는 일이 사랑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그의 등이 더 쓸쓸하게 보이는 것은 욕망이 큰 만큼 쓸쓸함도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등에 젖은 얼굴을 묻을 날을 위하여 든든한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운 것들은 모두 등 뒤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고 올 때 자꾸만 뒤돌아보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