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창·사이코패스·한센병까지…국회는 파행인데 막말 대결만
달창·사이코패스·한센병까지…국회는 파행인데 막말 대결만
  • 고주영
  • 승인 2019.05.19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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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지탄에도 앞다퉈 막말…추경 등 민생이슈 잠식 / 국회 윤리위 자정능력 상실

정치권이 패스트트랙처리 과정에서 '동물국회'를 재현한 데 이어 최근 인격을 모독하고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등 정치권의 막말이 도를 넘어 서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까지 여야 5당 중 3당의 원내지도부가 교체됐지만 지난주 정치권의 이슈는 이들 새 대표가 이끌어 낼 국회 정상화가 아닌 '막말' 논란이었다.

정치권에서 날선 공방은 늘상 벌어지는 일이지만 최근 논란이 된 발언들은 욕설에 가깝거나 극단적인 인격모독성 표현들을 동원하고 있어 통상적인 정치 공방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먼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의 여파는 한 주 내내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달창'이라고 표현했다.

나 원내대표가 이 표현을 입에 올린 뒤 당일 오후 사과했지만, 민주당은 별도의 집회까지 열어 나 원내대표를 맹폭했다.

결국 여야 4당 여성의원들이 17일 나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에 "국민 품격·국민 명예훼손, 여성 비하 모독"이라며 제소했다.

여기에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16일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한센병은 상처가 났는데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해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고 하면 저는 그러한 의학적 용어(한센병)를 쓸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파장이 일자 김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절한 비유로 고통받는 한센병 환우와 가족분들께 심려 끼친 데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의당 이정미 원내대표의 경우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라디오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로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건 이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문제는 정치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막말 릴레이를 벌이면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러한 막말들은 일시적으로 지지층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서로 상대 진영을 향한 반감이 커지도록 해 결국 국민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품격 유지와 품위 훼손 방지 등을 위해 설치돼 있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어떤 자정노력도 하지 않은 채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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