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은 많은데’...이장 수당 15년째 20만원
‘역할은 많은데’...이장 수당 15년째 20만원
  • 김도우
  • 승인 2019.05.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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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장 처우 개선해야…2004년 10만→20만원 인상 후 수당 변동 無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두현 마을에 사는 최만열씨 직함은 ‘이장(里長)’이다. 최 이장은 역할은 많은데 이장 수당은 15년째 제자리라고 말했다. 주민행정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두현 마을에 사는 최만열씨 직함은 ‘이장(里長)’이다. 최 이장은 역할은 많은데 이장 수당은 15년째 제자리라고 말했다. 주민행정서비스 질적 향상을 위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두현 마을에 사는 최만열씨 직함은 이장(里長)’이다.

아내가 7년동안 했다가 최씨에게 넘겨줬다.

최 이장이 사는 원두현 마을은 82가구 95세대가 살고 있다.

최 이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며 가로등은 문제가 없는지, 고령화 된 농촌에 동네 어르신들은 잘 주무셨는지 대문 앞을 기웃 거리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이장 노릇 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예전 같으면 행정기관의 주민등록조사를 돕고, 민방위 교육 통지나 각종 행정사항 전달만 잘하면 됐지만, 요즘은 주민 욕구가 다양해져 할 일이 그만큼 늘었다.

주민 대표로서 행정과 주민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장은 크고 작은 마을 민원을 챙겨야하는 창구다. 무능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수시로 군청이나 면사무소를 들락거리면서 공무원과 접촉해야 하고, 밤을 새워 마을의 공모 사업 신청서를 쓰기도 한다.

마을 안의 갈등이나 분쟁을 조정하고, 어르신 수발을 드는 것도 당연히 이장 몫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이장이 받는 수당(활동비)은 한 달 20만원에 불과하다. 매달 2차례 열리는 회의 때 2만원씩 회의수당을 받고 명절 때 100%씩 보너스가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쓰는 교통비와 식사비에도 못 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장 수당을 현실화해달라는 요구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농촌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이장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 사기가 떨어지고 최말단 행정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15년간 물가는 33% 뛰고 공무원 봉급은 29.5% 인상됐지만, 이장 수당은 그대로라며 “30만원으로 올려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이장의 중고등학생 자녀한테 장학금을 줄 수 있게 해놨지만, 대부분의 연령이 6070대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 없는 지원책이라는 주장도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이·통장은 93,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행안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2004년 월20만원으로 정해졌다.

수당이 15년째 동결되면서 불만에 찬 이장들이 직접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수당을 올리려면 행안부 지침이 바뀌어야 한다. ·통장 운영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지만, 수당만큼은 행안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전국을 동일하게 통제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통·이장 처우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다만 지자체마다 이장 선출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이장 수당은 월급과 다른 개념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이장 권한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수당까지 올린 경우 권력화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이장은 전국 이장들은 근로자도, 노동자의 성격도 아니어서 임금(수당)과 관련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이장 처우를 개선해 자긍심을 갖고, 주민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북도내 농촌 마을이장은 5197(4691·506)이고, 통장은 2,837(916·1921)이다. 14개 시군 이·통장은 총 8,034명이다.(2018 12월 기준)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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