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
밥심
  • 전주일보
  • 승인 2019.05.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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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 갔다
땀에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쓱 닦더니
여기까지 왔으니
점심이나 먹자고 한다
뒤편에 있는 함바로 갔다
커튼을 들추고 들어가면서 친구가 안에 대고 소리 쳤다
어이 김 사장 여기 둘
이윽고 백반이 나왔다
밥은 고봉이었고 국은 양푼이었다
노가다는 밥심이여 많이 먹는다고 흉보지 마
나는 수저를 입에 물고
속으로 말했다
그럼 이 세상에 밥심 아닌 게 어디 있나?

 


우리 민족은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밥을 주식으로 먹어 거부감이 없고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체질상 밥이 몸에 딱 맞는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의 밥심은 국력이다. 밥은 우리 외에도 중국과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먹는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 음식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조선시대에도 조선인의 1인당 밥 소비량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많았다고 한다. 중국 명나라에 다녀온 조선 사신 홍대용은 '명나라의 밥그릇은 찻잔만하더라'고 감상을 전했고, 일본에 다녀온 사신은 '왜에서는 한 끼에 쌀 세 줌밖에 먹지 않더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선료리협회의 ‘조선료리’에 따르면 아이가 첫돌을 맞을 때 남자아이에게는 주발형의 밥그릇을, 여자아이에게는 바리형의 밥그릇을 준비하고 돌날 아침에는 흰쌀밥을 밥그릇 가득 담아 아침상을 차려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은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밥을 잘 짓는다. 밥알이 윤기가 있고 향기로우며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선조들의 밥 짓는 솜씨에 찬사를 아까지 않았다. 행사장이나 일터에서 밥때가 지나면 ‘밥 먹고 합시다’ 혹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라고 하는 것은 밥심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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