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자살을 줄이려면
노인자살을 줄이려면
  • 김규원
  • 승인 2019.05.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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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지난달 30일 전북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북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8.4명으로 전국 순위 3위라고 한다. 그런데 노인자살률은 노인 인구 10만 명당 49.5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체 인구대비 자살률에 비해 노인자살률이 2배 이상이라는 말이다.

특히 전주, 익산 군산의 자살 사망률이 높아 전체 자살자의 60% 이상이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만, 임실군은 2014년에 노인 인구 10만 명당 비율로 계산하면 57.3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져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노인들의 자살률은 단연 1등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이루었다는 보도는 국민의 생활과 전혀 동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래도 농촌의 노인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밥을 벅고 서로 안부를 확인하며 뭔가 소소한 재미라도 느끼며 내일이라는 시간에 작은 희망이라도 두고 살 수 있지만, 같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위 아래 이웃끼리도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는 도시의 노인들은 오지 않는 자식과 손자를 기다릴 뿐, 외로움 속에 정신이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노인 문제를 나름 분석하여 이런저런 대책을 말하기도 했지만, 그런 이론은 책상 위에서 남의 나라 연구 논문을 기준으로 생각한 공론(空論)에 불과하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으려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 노인은 물려받은 것도 없이 제로베이스에서 살림을 시작하여 자식을 키우고 집을 장만하며 오직 내 힘만으로 살았기 때문에 남의 도움이라는 사회적 개념에 취약하다.

웬만큼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않으며 살다가 의료보험이 생기면서 병원에는 열심히 다니지만, 마음에 든 병은 고치지 못했다. 그 마음에 병은 이웃과 소통하고 함께 어울려 작은 즐거움이라도 만들며 내일을 기약하는 삶을 살면 금세 치유된다.

그런 마음의 병, 이웃을 잃고 친구를 잃은 노인들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잃었을 때 선택하는 길은 지겨운 삶을 끝내는 그 외길이다. 찾아올 자식이나 친지도, 친구도 없는 노인들은 친화력도 없어서 쉽게 남과 사귀지도 못한다. 바라보고만 있을 뿐, 끌어안을 수 없는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이웃이나 행정의 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여 살피고 돕는 방법 뿐이다.

노인 돌보미나 상담사 등 사회복지 인력을 배치하여 살피면, 노인은 그들이 다시 올 거라는 희망으로 1주일을 버틸 여력이 생긴다. 그렇게 사회성을 기르고 노인들이 밖으로 나와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면 자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노인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다.

촘촘한 복지란 빛이 들지 않는 곳에 빛이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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