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아래서
매화나무 아래서
  • 전주일보
  • 승인 2019.04.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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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물을 팔아먹는 간 큰 사내가 있다기에
한 수 배우고 싶어서
정신없이 갔더니
사내는 보이지 않고 강물은 그대로 일세

청류에 낚시 드리우고 은어를 부르는 화동花童에게
사내의 행방을 물었더니
지금쯤 물 따라 길 따라
구례 지나 화계장터에서 곡주 한잔 마시고
얼큰해졌을 것이라고
쌍계사에서 탁발 나온 노승처럼 말하네

섬진강 제첩국물 한 사발에
나도 얼큰해져
매화나무 아래서
봄의 문턱을 베고 잠만 자다가 그냥 왔네 그려

 
/섬진강蟾津江 : 전북 임실군에서 전남을 거쳐 경남 하동을 지나 남해로 흘러들어 가는 강

삶은 흐르는 물이다. 굽이치는 강물이다. 그러나 한번 흘러간 물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잔잔하고 물도, 고요한 물도 흐르다가 바위를 만나면 안고가고 돌아간다. 어느 때는 계곡을 따라 굽이치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물안개를 피운다. 낙차한 물은 화음으로 노래가 된다. 물의 일생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슷하다. 조물주가 인간들에게 복을 줄 때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인 오복을 다 주지 않은 다고 한다. 만약 누구에게나 똑같은 복을 주면 빈부의 차이가 없고 귀천이 없다. 빈부 차이는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빈자와 부자가 없다면 생존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나태해질 뿐이다. 오히려 쾌락을 추구하는 부류가 많아져 사회가 어수선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조물주가 복을 내릴 때 한두 가지는 주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만져 본다. 부드럽고 서늘하다. 비단 한끝을 손에 쥔 것 같기도 하고 여인의 삼단 같은 머릿결 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손을 펴자 물은 없고 빈손바닥만 남는다. 다시 손으로 물을 만진다. 물은 또 빠져나간다. 왜 나는 어린아이처럼 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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