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 ‘시민의 숲 1963’을 보고
전주시의 ‘시민의 숲 1963’을 보고
  • 전주일보
  • 승인 2019.04.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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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전주시가 지난 17일 전주 종합경기장 처리 방침을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를 시민의 숲과 전시 컨벤션 센터, 호텔 등이 들어서는 마이스산업 혁신기지로 개발하는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조만간 전주종합경기장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구상 용역과 행정절차 등에 들어가며, 오는 2023년까지는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시는 시민의 땅을 매각하지 않고 지켜낼 것, 시민들의 기억이 쌓인 종합경기장을 활용해 재생할 것, 판매시설을 최소화 하여 지역상권을 지켜낼 것 등을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재생을 위한 3대 대원칙으로 추진해왔다. 전임 시장이 롯데와 진행하려던 계획은 시민들의 땅을 기업에 매각하는 일이 되고, 지역 상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 계획 추진을 중단하고 대책을 검토하던 끝에 나온 방안이다.

전주시가 '시민의 숲 1963'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이 사업의 내용은, 전주종합경기장 부지(122975)에 정원의 숲, 예술의 숲, 놀이의 숲, 미식의 숲, MICE의 숲 등 크게 다섯 가지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네 가지 시민의 숲 부지는 전체 부지 약 3분의 2 면적을 차지하게 되는데, 전주종합경기장의 흔적과 시민의 기억을 살려 재생한다.

나머지 약 4의 면적을 차지하는 MICE산업 부지에는 국제 규모의 전시장과 국제회의장 등을 갖춘 전시컨벤션센터와 200실 이상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고 롯데백화점도 이전한다.

반면, 전주종합경기장 대체시설의 경우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약 900억원을 투입해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15,000석 규모의 1종 육상경기장과 8,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새로 짓게 된다.

전주시는 전북도와 당초 공모를 통해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롯데와 이 계획 시행을 위한 사전 합의를 끝내서 오랫동안 먼지만 날리던 경기장 부지가 마침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전주시의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정의당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전주시는 롯데와 협의를 중단하고 전주시민과의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그들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고 대규모 상업시설 입점을 막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면서 그러나 오늘 발표한 내용은 이러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롯데의 손에 맡기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현 롯데백화점 규모의 2배 이상이 신설되면 2,000개에 가까운 점포가 문을 닫게 될 것이고 점포당 3.5명이 실직하게 될 것이다면서 롯데에게 기부채납을 받는 1천억 상당의 컨벤션과 호텔에 비하면 너무 큰 희생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컨벤션 때문에 롯데와 협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컨벤션 건설로 국비를 받아놓고 반납한 것은 송하진 지사와 전주시장의 책임이다면서 전주시는 그동안 종합경기장을 지키려한 시민들의 노력과 김시장이 약속했던 원칙으로 돌아가 협의를 즉각 중단하고 전주시민과의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시민단체가 이같이 반발하는 건 김 시장이 그동안 종합경기장 부지에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 공원을 만들겠다던 방안대로 시행하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이미 전임 시장 시절에 롯데와 계약이 되어 있던 점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컨벤션 센터 건립문제, 공원 조성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이번 선택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부지를 롯데에 넘겨주는 게 아닌 장기 임대이고, 호텔도 20년 후 기부채납으로 결정한 일 등은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서신동 롯데백화점이 큰 규모로 이전하면 2000여 점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프리미엄급 고급 백화점은 그동안 일부 전주시민들이 고급 브랜드를 구하기 위해 대전이나 광주로 원정 쇼핑을 해왔던 점을 생각하면 되레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현재 롯데 백화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전주 시내의 일반 상가를 이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도 생각해볼 일이다. 소비 계층이 다르다.

오늘의 상가 불경기 문제는 그동안 지역 상가가 지난날 판매방식을 고수한 데서 더욱 심화된 것이 아닐까 한다. 언젠가 필자가 유명 브랜드의 의자를 인터넷에서 보고 실제 물건을 확인할 겸 가격이 맞으면 여기서 살까 하고 전주 대리점에 찾아갔던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12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의자를 전주에선 36만 원에 팔고 있었다. 너무 많이 남기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자주 팔리는 물건도 아니고 그 정도는 보아야 재고 남기면서 장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답변이었다.

이런 사례가 비단 의자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 온라인 구매가 갈수록 늘고 지역 상가가 피폐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형매장이 문제가 아니라 변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판매전략이 문제라는 말이다.

요즘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배우지 말아야 한다. 확실한 대안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해라라고 주장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나라도 자치단체도, 단체도, 상인도, 개인도 살아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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