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금융중심지 지정 무산을 보며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무산을 보며
  • 김규원
  • 승인 2019.04.14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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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 편집고문
김 규 원 / 편집고문

12일 열린 제37차 금융중심지 지정 위원회에서 전주 혁신도시의 제3금융 중심지 지정이 무산됐다. 금융위원회는 전북 혁신도시의 경우 현재 여건으로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금융위는 전북혁신도시가 금융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 종합적인 정주 여건 등 금융회사가 자발적 이전을 검토할 여건을 만들고 농생명과 연기금 특화 금융중심지 모델을 계속해서 논리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에 지적한 내용에서 가장 먼저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의 걸림돌로 제시한 문제는 종합적인 정주 여건이다.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이전해올 수 있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부연 설명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지금 전주 혁신도시는 주거와 교통 문제 등이 열악하다.

물론 이미 금융위원회 일부 위원과 부산, 경남북 국회의원들이 전주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예견할 수 있었다. 국민연기금 운용본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도모한 자체가 어리숙한 짓이었다.

금융위원회의 지적대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여건과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이사해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놓고 금융중심지 지정을 바랐어야 옳았다. 어쩌면 전북도의 생각은 먼저 지정되면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김칫국 마시기에 다름아니다.

물론 정주 여건이니 하는 문제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결정하지 않을 구실로 삼았을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서울과 부산의 1, 2 중심지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그쪽 지역 인사들의 반대가 상당했으므로. 그런 정황을 생각한다면 전북도는 이런 구실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널리 인식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뒤돌아보면 하찮은 지역 이기주의에 밀려 KTX 혁신역 설치가 좌초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예견된 일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한 걸음도 걷지 않으려 한다. 더구나 분 초를 다투는 업무 성격상 금융투자 관련자들은 교통 문제나, 생활 인프라에 대해 퍽 민감하다. 스트레스 많고 예민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편안한 주거는 필수다.

그런데, 그동안 전라북도는 익산시의 혁신역 반대여론에 밀려 혁신도시의 교통 문제를 포기하고 말았다. 혁신역이 계획되었다면 그에 따른 관련 시설도 만들어질 수 있고 혁신도시의 인구와 편익 시설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기본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그저 감나무에서 홍시가 저절로 익어 떨어지기를 바란 짓이나 다름없는 전북도의 무능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할 수 있다.

전북도는 금융위원회의 결정을 이끌어 낼 정치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혁신도시의 교통 등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특별대책을 세워야 한다. 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만 아니라, 이런 형편으로는 국민연금공단과 연기금 본부 등 이주해온 기관들도 혁신도시를 떠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미 혁신도시의 전망을 믿고 혁신도시에 이주했던 시민들이 혁신도시의 집을 잽싸게 팔아 전주 효천지구나 신도시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현상이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혁신도시가 발전할 것으로 보고 이주했더니 아무런 발전 기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북도의 미적지근한 도시 정책이 시민들의 눈에도 미덥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거 없이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해달라는 주장만 언론에 열심히 흘려본들 금융위원회의 눈에 그 주장이 믿음직하게 들렸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면 아니올시다라는 답이 나올 뿐이다. 활기를 잃은 혁신도시를 살리기 위해 범도민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익산시 정헌율 시장은 다시 혁신역 문제를 거론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익산시의 주장이야말로 전북을 후퇴시키는 후진적 지역 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전북의 내일을 생각한다면 작은 지역주의는 접어두어야 한다. 대승적인 생각으로 모처럼 찾아온 전북발전의 기회를 허송하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으로 살아있을 동안에 여건을 마련하여 전주 혁신도시가 교통 편리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갖추어 전북이 살길을 열어야 한다.

특히 전북도의 애매한 행정 자세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각 시·군마다 지역발전을 생각하고 나름의 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과정에 시·군간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 전북도는 항상 손을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의 태도를 취한다. 광역자치단체인 전라북도가 기초 자치단체의 이해와 관련한 상당한 권한을 쥐고 있음에도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되레 끌려다니는 느낌마저 있다.

본지 칼럼과 사설에서 여러 차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전북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방관자적 태도가 이번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서도 결정적인 문제로 부각하였음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인 조정자와 선도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혁신역 문제도 지역 문제에 국한한 애매한 용역 결과에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전북이라는 광역자치단체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검토하고 실익을 따져보는 용역을 새롭게 해볼 필요가 있다. 이 정권이 지나면 어떤 환경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물 들어올 때 배를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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